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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Nov 04. 2020

사과는 '타이밍'이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방법


" 엄마, 오늘 학교 수업 끝나고 우리 어드벤처 가면 안 돼요?"

" 니엘아, 엄마도 가고 싶은데 이번 주에 엄마가 기말고사라 좀 바쁠 거 같은데... 대신 니엘이가 좋아하는 떡볶이 먹으러 가자!."


작년 기말고사 때였다.  21학점을 신청해서 7과목 시험 준비를 해야 했다. 2주 동안 기말고사를 보기 때문에 이 기간엔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딸아이가 학교 갈 때 나는 수업을 하고 집에 오면  자유시간이 없다. 그래서 공부는 새벽 시간에 했다. 시험 기간엔 니엘 아빠가 많이 배려를 해줘서 주말엔  일이 있어도 니엘이와 놀아줬다. 그런데 이번엔 니엘이가 어드벤처를 너무 가고 싶었나 보다. 한 달 전부터 얘길 했었는데 미루다 보니 시험기간이 됐다. 딸아이에게 기말고사 끝나고 꼭 가자고 약속을 했다. 무사히 시험이 끝나고 나니 긴장됐던 마음이 풀리면서 몸이 많이 아팠다. 니엘이와 약속한 걸 깜박했다. 우린 롯데월드 어드벤처 가는 날까지 정해서 달력에 표시까지 해놨고 니엘인 그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니엘인 내가 당연히 이날을 기억할 줄 알고 있었지만 그날은 내 기억에 없었다. 난  딸과의 약속은 항상 지키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해왔다. 근데 이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나 보다.


학교에서 오자마자 니엘인 이렇게 기쁘게 소리쳤다.

"엄마, 오늘 드디어 어드벤처 가네요! 엄마 준비다 했죠?"

난 그제야 알았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는 것을. 난 수업 끝난 후 몸살 기운이 있어서 병원까지 다녀와서 쉬고 있는 중이었다. 니엘인 날 배려해서 어드벤처 가는 날까지 연기해 줬는데 내가 약속을 기억 못 해서 너무 미안했다. 니엘인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 엄마, 아파요? 아직도 안 나은 거구나.. 병원은 갔다 왔어요? 약은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이마에 손을 대면서 계속 걱정하는 니엘이를 보니 그냥 눈물이 났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해서  딸이랑 놀아주지도 못하고 아픈 날 보니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안 그래도 외동인 딸을 더 외롭게 만드는 거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워킹맘인데 공부까지 시작하니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공부하면 니엘이도 나를 보고 같이 열심히 공부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등학생은 공부보다 다양한 놀이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데 난 그런 활동을  아이와 많이 해주지 못했다. 엄마가 읽고 공부하면 당연히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치지만 그건 보고 느끼는 간접 경험인 거에 반해 엄마와 직접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즐겁게 놀이를 하는 건 직접적인 경험이라 영향력이 더 크다. 두 가지를 조화롭게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신 시간이 생기면 난 아이와 여행을 자주 갔다. 하지만 니엘이가 원하는 건 가끔 여행을 가는 것보다 자주 놀아주는 거였다. 여행은 단지 나를 위한 거였다. 니엘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 니엘아, 엄마가 정말 미안해, 니엘이랑 이날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엄마가 잊어먹었네.. 이렇게 중요한 날을 기억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오늘은 엄마가 몸이 아파서 가기 힘들 거 같아.. 빨리 나을게. 우리 다음엔 꼭 가자.. 약속해! 진짜!!!"


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날만 기다려온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니엘인 나를 안아주더니 이렇게 말했다

." 엄마가 아픈데 어떻게 가요! 엄마가 이렇게 아픈지 몰랐어요. 엄마  난 괜찮으니까 빨리 나요!" 

나는 진심으로 사과했고 니엘인 나의 사과를 받아줬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잘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란 생각을 하다 보면 사이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족 사이일수록  사과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에게조차 사과를 제대로 못하면 남들에게 하는 사과는 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미안한 일이 있으면 빠른 시간 내에 진정성을 담아 사과를 해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기억하자. 사과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과할 시간을 질질 끌지 말자.  내가 미안함을 느꼈을 때  바로 사과를 해야 내 진심이 가장 잘 전달된다.   

                          


이미지 출처 Up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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