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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Nov 09. 2020

할머니 손녀 말고  딸이면 좋겠어요!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전 할머니가 가장 좋아요"

" 할머니??"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울 엄마랑 아빠를 낳아주신 분이니까요."


딸 니엘이는 이 질문을 받으면 항상 대답은 같다.

언제나 '할머니'라고 말한다. 가장 아이들이 싫어하는 질문이기도 한데 니엘인 이런 질문을  즐긴다. 고민 1초도 안 하고 무조건 우선순위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영원히 자기편이라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니엘이는  할머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어떤 티브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시는지 몇 시쯤 운동하러 나가시는지 모든 생활패턴을 거의 다 알고 있다. 내가 엄마한테 전화하려고 하니 니엘이가 이 시간대는 할머니 운동 나가셔서 통화가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역시나 몇 시간 후에 전화를 드리니 운동 다녀오셔서 쉬고 계신다고 했다.  


니엘이의 할머니 사랑은 지극 정성이다.

3년 전에 울 엄마가 수술을 하셔서 병원에 2주일 정도 입원하셨다. 할머니가 병원에 누워계시는 걸 보고 엉엉 울어서 정말 당황했던 적이 있다. 할머니 아프신 거 보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집에 안 가고 할머니와 병원에서 자겠다고 했다. 게다가 6인실 병동을 엄마 혼자 쓰고 계셨다. 할머니 혼자 두고 못 간다면서 할머니 옆에 니엘이는 누워버렸다. 그때 아빠는 병원에 오고 계신 중이었다.  니엘이가 하도 막무가내라서 아빠 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할머니 혼자 계시는 게 아닌 걸 확인하고 나서야  집에 올 수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업 때문에 집에 오면 녹초가 됐지만 니엘이는 할머니를 꼭 봐야 된다고 해서 이주 내내 거의 매일 문병을 갔다.

니엘이는 이틀에 한 번은 꼭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하루 일과를  얘기한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고 이런 일로 엄마한테 혼나서 기분이 안 좋았다는 얘기와  아빠가 일이 너무 많아서 얼굴 보기 힘들다는 등 쉴 새 없이 할머니와 대화를 나눈다.  니엘이의 이야기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엄마는 니엘이를 통해 이미 우리 가족 상황을  다 알고 계셨다.


이번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니엘이가 다음에는 꼭 할머니와 함께 오고 싶다고 했다. 좋은 것을 보면 맛있는 것을 먹으면 니엘인 항상 할머니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 그런지 참 애틋하다. 가끔은 나보다 울 엄마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울 엄마에게 언제나 살가운 니엘이에게 참 고맙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니엘이가 꽉 채워주고 있다.

" 할머니 손녀 말고 딸이면 좋겠어요. 그럼 할머니랑 더 오랜 시간을 지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사랑스럽게 말하는 딸을 꼭 안아주었다. 할머니의 손녀 사랑 또한 말할 필요 없다. 상황이 좋아지면 삼대가 가까운 곳에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한다. 니엘인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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