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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Dec 10. 2020

엄마, 피가 잘 수 있게 모차르트 자장가 틀까요?

  

오늘 재활용 분리수거 날이라 신발장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정리를 했다. 다리에 쥐가 나서 나중에 하려고 들어오다가 현관 안쪽 문에 왼쪽 엄지발가락이 긁혔다. 처음엔 쥐가 나서 느낌이 없다가 조금 있다 보니 발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그때서야 조금씩 저려오기 시작했다. 저번엔 다행히도 수면양발을 신어서 다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맨발이지만 알코올로 소독하고 지혈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니엘이가 내 발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엄마, 피나는데 괜찮아요? 잠깐만요." 서랍에서 알코올 스왑을 대여섯 개 가져왔다. 소독을 하고 지혈을 했는데도 계속 피가 나왔다. 이미 가져온  알코올 스왑을 다 썼다. 니엘이 얼굴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엄마, 피가 자야 할 거 같아요.
모차르트 자장가 틀까요?


날 걱정하는 얼굴로 자장가를 찾는 니엘이를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피가 잠을 자야 멈춘다고 생각하는 딸아이의 생각이 참 사랑스럽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피를 재우려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 덕분인지 피가 천천히 멈췄다. 니엘이 아기였을 때 항상 모차르트 자장가를 틀어줬었는데 이제는 아기였던 딸이 이렇게 커서 엄마가 아프다고 자장가를 틀어주다니 참 기특하고 고맙다. 지금도 시큰거리지만 참을 만하다. 이미 사회적 거리 2.5단계라 외출 자제 중이니 독서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아침이 이렇게 지나갔으니 오후엔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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