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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Nov 28. 2020

왜 아프고 난리야?

천사 딸 사랑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 상태가 안 좋다. 난 몸이 안 좋으면 바로 목이나 코로 반응이 온다. 이런 상황에도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난 내가 조금은 원망스럽다. 가끔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좀 쉬어도 되는데 좀 더 자도 되는데 그렇게 살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무식한 방법이 나를 아프게 했다. 힘들어도 잘 될 거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를 위로했지만 내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냥 다 내려놓고 싶었나 보다. 쉬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난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들수록 나를 더 채찍질하고 한 가지라도 더 하려고 발악했다. 계획한 것들을 다하지 않으면 자지 않았고 늦게 잤어도 새벽 4시 40분에 기상해서 또 하루를 맞이했다. 아픈 나를 마주하고 처음 든 생각은 '내가 많이 힘들었나 보다 '아니었다.

'왜 아프고 난리야? 오늘 할 거도 많은데..."

내 몸은 이런 아픈 말에 조금씩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오전 10시 외항사 수업이 끝나고 바로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내 목을 진찰하신다.

" 목  많이 아팠을 텐데.. 어떻게 말을 했어요? 목 궤양이에요. 요기 목 상태 보이죠? 빨갛게 붓고 헐었어요. 말 최대한 하지 말고 그냥 푹 쉬어야 돼요! 지금 몸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면 돼요! 쉬라는 신호예요! 스트레스나 생리불순, 수면 부족 등 원인이 많아요. 무조건 쉬세요."

이런 말을 들으니 힘이 쫙 빠진다. 난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살아온 대가가 이렇게 아픈 거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나한테 이게 최선이었는데... 생각이 많아진다.

2020년이 나에게 어떤 해였을까?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  이번 1년이 나에게 그렇게 중요한 해였을까? 2020년을 내가 계획한 대로 잘 살지 못했다고 내 인생이 망가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조급하게 나를 못살게 굴었을까... 수업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나름 긍정적으로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새벽 기상, 글쓰기, 독서하고 방송대 수업을 들었다. 스페인어도 꾸준히 공부하고 김미경 유튜브 대학에 입학해서 열정 장학생이 됐다. 남들은 정말 열심히 산다고 했지만 난 내가 이렇게 해야만 안심이 됐다.


내가 진짜 바라는 삶의 방향이 뭘까? 남들이 하는 걸 다 따라갈 수는 없다. 다 잘할 수도 없다. 난 내가 잘하는 걸 더 잘하고 싶어서 더 공부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느낀다.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를 다재다능하게 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걸 머리는 이해를 하는데  실행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다. 뭐든지 원하면 하는 성격인데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언컨택트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내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심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다. 그래도 잘 견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막판에 아픈 걸 보니  많이 힘들었나 보다.


 집에 오니 축 처진 나를 보더니 '울 엄마 아파요?' 하며 니엘이가 어깨를 주물러 줬다. 나보고 그냥 빨리 방에 가서 쉬라면서 내가 좋아하는 빵을 사 오고 집안 청소를 했다. 수면바지를 귀찮아서 꿰매지도 않았는데 니엘이가 이쁘게 바느질을 해주며 입어보라고 건넸다. 사랑스러운 니엘이 덕에 힘이 난다. 니엘이에게 너무 고맙다. 나도 울 엄마가 아프면 그렇게 마음이 아팠었는데 니엘이도 그런가 보다. 아프니까 엄마 생각난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아서 나 때문에 엄마가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엄마에게 살며시 카톡을 남겼다.

" 엄마, 니엘이가 나 목 아프다고 청소도 하고 바지도 꿰매 어요! 니엘이 최고죠?"

" 역시 니엘이가 최고네! 주야,   많이 아픈 거야? 따뜻한 물먹고 어서 자.. 아프지 말고 딸.."

" 네, 엄마가 해준 생강차 마시고 있어요. 어여 나을게요!"

" 천사 딸 주야 사랑한다..."

엄마랑 카톡을 하니 힘들었던 모든 것이 내 안에서 터져 나온다.  언제쯤 울 엄마는 내 걱정 없이 편하게 사실까.. 참 불효녀다... 이런 나를 항상 천사 딸이라고 불러주는 울 엄마...

'그래 아프지 말아야지.. 아프지 말자.. 몸이 아프니 마음도 무너진다. 내가 나를 아끼지 않으면  내 몸은 나에게 또 이렇게 신호를 보낼 거니까.. 쉬어야 할 때는 쉬고 나를 너무 재촉하지 말자.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너무 흔들리지 말자. 지금 이대로 잘하고 있다고 나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자... 그래...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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