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력 불문하고 무조건 나이 우선이다.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닌데 말이다. 이런 부분을 항공사에서 일할 때 많이 느꼈다. 외항사에서는 영어로 소통하다 보니 존댓말이 따로 없어서 친근하고 자유롭게 대화하기가 편했다. 그러다 보니 나이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는 존댓말을 사용하다 보니 나이 많은 선배와 소통을 할 때는 경직되기 일쑤였다. 특히 잘못된 부분인데도 나이 많은 선배의 말이기 때문에 반박하지 못하고 들어야 할 때는 '내가 여기서 왜 일하고 있을까' 하는 후회도 밀려왔다.
한 사람은 말만 하고 상대방은 듣기만 하는 일방적인 대화는 절대 소통이 아니다. 그건 명령이다. 한국 사회는 '호칭정리'라는 이유로 대부분 처음 만나면 나이를 물어본다. 가끔 나이 많은 사람은 상대가 나이가 어리다는 걸 알면 태도가 바뀌기도 한다. 그냥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면 어떨까. 그럼 상대를 좀 더 존중하게 되지 않을까.
여전히 나는 정말 친하지 않으면 나이가 어려도 말 놓기가 어렵다. 이렇게 존대하면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게 돼서 개인의 공간을 지킬 수 있어서 더 편할 때도 있다. 그러나 말을 놓지 않는 게 어찌 보면 나이가 많아서 아는척하는, 쓸데없이 조언하는 그런 꼰대가 될까 봐 두려워서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