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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Aug 16. 2023

오랜만에 만난 애증의 탄소 C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중학생 때까지 영어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문과였다. 그런데 외고 지원 후 접수를 못해서 시험을 볼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만난 후 수학선생님인 중3 담임이 수학을 잘하니 이과 가면 더 큰 인물이 될 거라며 나를 위로해 주셨다. 난 억하심정으로 난 문과에서 이과생이 되기로 했다. 아주 단순한 인간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그냥 문과를 갔었어야 했다.



 언니가 생물과 화학을 복수 전공했다. 형부는 물리를 전공했다. 난 화학을 전공했다. 형부와 언니는 고등학교 과학선생님이다. 난 화학을 전공했어도 둘이 과학 관련 얘기를 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여전히 나에겐 과학이 어렵다.  과학 관련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학부 때 화학을 못했지만 전공을 말할 때 창피하고 싶지 않았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다시 한번 우주의 위대함을 느꼈고 '역사가 묻고 화학이 접하다'를 읽고 역사 이야기를 화학으로 풀어내는 스토리에 흥미를 느꼈다. 화학전공자인 나도 어렵게 느껴졌던 화학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분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한다. 이 책 또한 인문학과 과학의 만남이다.


 탄소는 생물의 몸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학은 무기화학과 유기화학으로 나눈다. 유기화학은 유기화합물을, 무기화학은 무기화합물을 연구한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탄소의 존재 여부다.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얻는 화합물에는 탄소가 있다. 페이지 188



  화학은 유기화학이 중심을 이뤄서 무기화학 그리고 생화학, 물리화학, 분석화학 등으로 나뉜다. 난 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유기화학이 가장 싫었고 실험을 어떻게 하면 빠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학생이었다. 이렇게 2년을 보냈고 IMF 이후 정신을 차리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난 화학과이지만 화학적인 부분이 거의 없는 생화학과 물리화학이 좋았다. 생명의 신비인 생물과 화학을 통합한 생화학을 공부했을 때 처음으로 화학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물리화학은 수학과 물리를 기반으로 한 전공이어서 정확한 수치가 나와서 재밌었다. 화학의 화자도 모르던 내가 3학년 때 정신 차리고 공부하면서 물리화학 50점 만점에 49점을 맞고 교수님에게 칭찬이란 걸 처음 들어봤다.



 하지만 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화학은 어려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오랜만에 만난 탄소가 반가운 건 뭘까... 교수님이 칠판에 가득 채운 탄소가 진저리 나게 싫었으니까 이런 내가 화학을 잘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간신히 낙제를 면하며 어떻게든 전공을 했지만  그때 열심히 못한 전공 생활에 아쉬움이 남는다.


 인문학과도 거리가 멀었다. 학교에서 하는 인문학 독서시간이 가장 괴로웠다. 이과인 내가 왜 인문학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런 관계성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제는 과학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통합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다.  


 과학을 전혀 몰랐을 때 나는 세계를 일부밖에 보지 못했다. 타인은 물론이고 나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전체를 보지는 못하며 인간을 다 이해하는 것 역시 아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더 다양한 관점에서 살핀다. 윌슨의 말은 과학의 토대 위에 서야 인문학이 온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이고 과학의 이론을 활용하면 인간과 사회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페이지 39



 역사 우리가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해하기보다는 외우려고 하기 때문 아닐까. 질문하지 않고 무조건 외우는 환경에서 공부하다 보니 생각의 힘보다는 암기력만 발달하고 시험이 끝난 후 다 머릿속에서 살아지는 경험을 하며 과학은 나와 거리가 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이가 들어서 이해력이 부족해서 과학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격려한다. 지금도 충분히 과학을 할 수 있다니 격하게 위로되는 문장이다.


과학은 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마음의 상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원더풀 사이언스 31


 화학은 일상생활과 밀접하다. 실험시간에 비누와 향수 그리고 소주 등을 만든 경험이 있다.  화학반응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화학식을  이해하기보다는  외우려고 하다 보니 골치 아팠다. 하지만 인간은 화학 없이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없다. 주변의 모든 상품은 화학 상품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화학은 현대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연의 반대 즉 인위적인 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화학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화학실험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안전이다. 가끔은  위험한 시약(화학반응에 이용되는 약품의 총칭)을 사용해 실험하기 때문에  프로텍티브 글로브와 안경을 쓴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어서  화학을 나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난 무섭다는 인식이 강하다. 화학의 반응은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학은 어떤 학문인가? 물질의 조성과 구조 성질 관계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이다. 화학은 욕망 생명력 번식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품을 만드는 과학이다. 페이지 167



우주의 모든 물질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결합해서 어떤 물질의 분자를 이루는 원소는 보통 두 종류 이상이지만 산소, 금, 다이아몬드처럼 원소가 하나인 물질도 많다. 더 작게 나누면 고유의 설질을 잃는다는 의미에서 '물질의 기본 성분'인 원소는 원자와 같고 또 다르다. 페이지 167


  즉 원소와 원자는 만물을 이루는 기본 물질과 단위이다. 최근에 개봉한 엘리멘탈을 보면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얼마나 다른지 두 개의 원소가 반응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과학적인 부분보다는 감성적이지만 그래도 제목( 원소의, 기본적인, 본질적인 )에서 철철 넘치는 화학적인 지루함이 영화를 통해 흥미로 바뀌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엘리멘탈 감독 피터 손  개봉2023.06.14.
원소 element :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으로, 화학적인 방법으로 더 이상 다른 물질로 분해되지 않는 성분

원자 atom: 어떤 원소의 화학적 특성을 보유한 가장 작은 단위



화학은 이해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정확하게 알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화학은 이해하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암기과목이라는 생각이 하다.  일단. 원소주기율표를 빼놓을 수 없다.


© vedranafilipovic, 출처 Unsplash


주기율에 따라서 원소를 배열한 표로, 원자를 원자 번호 순서로 가로로 늘어놓다가 비슷한 성질을 지니는 원소가 같은 세로줄에 놓이도록 배열한 표를 원소의 주기율표라고 한다. 주기율표는 18족, 7주기까지 있다. 7주기는 미완성 상태로 지금도 새로운 원소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주기율표에서 같은 족에 속하는 원소들은 원자가전자 수가 같으므로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주기율표 [週期律表]



 일단 주기율표를 이해해야  전공 강의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고 화학이 얼마나 재밌는지 깨닫게 된다. 처음엔 멘붕의 연속이지만  처음이 어려울 뿐 공부하면 할수록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원소주기율표를 이해하려 보면 양자역학과 친해진다고 하는데 난 아직 양자역학이 낯설다.



 화학 부분을 총 3번을 읽었다. 세 번 정도 읽으니 이해가 됐다. 5번 읽고 화학과 생물 전공인 언니와 대화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언니가 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여전히 난 과학이 어렵다. 하지만 싫지는 않다. 전에는 쳐다보기도 싫었다면 이제는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고 싶다. 학부생일 때 이런 마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실험을 열심히 참여하고 독서토론에 열정을 가지고 다가갔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부분은 지금 학부생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실험실을 가끔 벗어나 인문학을 읽으면 조금 더 즐겁게 실험을 할 수 있고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 이과생이여, 꼭 인문학 책을 읽기를 바랍니다!



운명적인 문과인 유시민 작가님은 닥치는 대로 과학교양서를 읽으며 과학을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바로 실천으로 옮기며 이 과정을 통해 배운 다양한 지식을 책으로 내신 작가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바보'를 겨우 면한 문과 남자라고 본인을 자꾸 낮추시지만 독자들에겐 작가님은 인문학뿐만 아니라 이젠 과학적 소양까지 갖춘  대단한 분이라는 사실이 이 책으로 더 명확해졌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

저자유시민

출판 돌베개 발매 2023.06.23.


#문과남자의과학공부

#유시민#화학전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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