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작가 Jul 28. 2024

그 힘든 걸, 내 딸은 승무원 안 시켜요!!!

지금 하는 일인 면접코칭이 승무원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얘기하다 보면 상대방이 내 전직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반응은 극과 극이다. 어떤 분은 승무원이미지랑 잘 어울린다며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고의 항공사에서 근무한 능력자라고 칭찬해 주신다. 빈말이라도 이런 긍정적인 말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말을 들은 적도 많다. 굳이 앞에서 이렇게까지 심하게 말하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친구 엄마랑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직업 관련해서 말이 나왔다.


 그 힘든 걸 어떻게 했어요. 난 돈 주고 하라고 해도 안 해요! 비행 내내 잠도 못 자고 서빙하고 정말 너무 힘들어 보여요. 비행기에서 일할 뿐 식당에서 일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한국여자들 왜 그 힘들걸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대체 누가 저런 힘든 일을 할까 했는데 여기 있었네요.
내 딸은 절대 승무원 안 시킬 거예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앞에서 쉬지 않고 따다닥 말하는 그 엄마의 얼굴에서 이 직업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승무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허접한 직업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굳이 승무원으로 일했던 사람 앞에서 그 직업을 나쁘게 말하지는 않는다. 이런 태도는 나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승무원은 서빙만 하는 직업이 아니에요. 그건 일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에요.
승무원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승객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서비스인이에요.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팀워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질을 요구해요. 긴급상황이 일어났을 때는 빠른 판단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있어야 하고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인관계능력과 소통능력이 필요해요. 다양한 국적의 승객분들이 탑승하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도 중요해요. 외항사는 영어로 동료들과 소통하며 일을 하기 때문에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해요. 당연히 영어 외에 다른 외국어를 하면 더 좋고요!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이 말 대신 비행하면서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았는지 얘기했다. 승무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가족과 여행도 많이 다니며 추억을 쌓을 수 있었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귀고 두바이에서도 살아봤다고. 듀티프리에서 승무원할인이 많이 되기 때문에 착한 가격에 엄마가 원하는 좋은 화장품을 언제든지 사드릴 수 있었고 명품가방도 선물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물론 일이 힘든 건 사실이다. 감정노동이라 힘든 승객을 만나면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다. 그걸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회사복지가 잘 돼있기 때문에 여전히 경쟁률이 높은 거 아닐까.


승무원이 힘들게 서빙하는 모습만 보고 이직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그 엄마에게 그럼 딸은 어떤 직업을 하길 원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어떤 직업이든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기 나름인데 말이다. 그 누구도 함부로 타인의 직업을 무시하면 안 된다. 그 누구도 그럴 자격이 없다. 특히 승무원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많다. 육체노동에 감정노동 그리고 명품 밝히고 외모만 신경 쓰는 속물들. 물론 이런 승무원들이 간혹 있을 수 있겠지만 다는 아니다. 이건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성향일 뿐이다.


 내 딸이 승무원을 하고 싶어 한다면 난 언제든지 응원할 거다.  승무원을 하면서 어렵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성장하고 배운 점이 많았기 때문에 이직업은 도전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은 가고... 나아진다...in Pa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