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이 필요한 시간
오늘은 딸 니엘이와 학교에 같이 등교했다. 니엘이는 수업하러 가고 난 학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처음엔 영어로 하더니 랩탑 화면의 한글을 보고 한국분이냐며 물었다. 저번주에 치앙마이에 왔고 아이들이 한 달간 단기로 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딱 작년 1월 한 달 살기 하러 왔을 때의 내 모습이었다. 여기의 모든 것이 낯설고 아이가 여기 생활을 잘 적응하길 바라면서 치앙마이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보였다.
나랑 거주하는 단지도 같았다. 여기 부엌시설이 작고 좋지 않아서 여기서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요리를 매번 하는지 장은 어디서 보는지 여러 가지 질문을 하셨다. 이분은 거의 한식당에 주문해서 먹고 있다고 했다. 여기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됐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많은 건 당연하다. 나도 딱 그랬다. 태국 관련 카페에 계속 들락날락하면서 정보 수집하고 구글맵이 있지만 집 근처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보며 친숙해지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탐험하는 시간을 통해서 치앙마이가 차츰차츰 좋아졌다. 일주일간은 뭘 했는지 모를 만큼 시간이 빨리 갔다. 그때는 디콘도 핑에 살아서 그나마 근처에 센트럴페스티벌이라는 큰 쇼핑몰이 있어서 니엘이가 학교 가면 거기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에게 한 달 살기는 '힐링'이었다. 딸 니엘이가 학교에 다녀오면 바로 맛있는 맛집 찾아가서 저녁을 먹고 쇼핑을 했다. 한 달간 주말이 4번밖에 없으니 알차게 보내야 했다. 유명한 마켓을 열심히 찾아다녔고 마시지도 꾸준히 받으러 다녔다. 스트레스 없이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한 달은 완전 천국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참 좋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시간, 궁금한 것도 많고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오늘은 뭘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여기서 반년 넘게 살다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뭔가 리셋이 필요하다. 다시 새로운 것을 시작하며 설렘을 느끼고 싶다. 한국에서는 하기 힘들지만 여기서는 쉽게 할 수 있는 것들, 한국 가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한정적인 시간을 꽉 채워서 살고 싶다. 모닝요가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악기와 태국어도 배우면서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 매일 새로운 환경에 살 수 없으니 마음을 새롭게 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 활짝 웃으며 새로운 문을 연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기쁘게 맞이 하고 싶다. 나중에 다시 왔을 때 니엘이와 웃으며 그때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