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딸 니엘이랑 LA에 왔어. 작년에 통역 출장으로 잠깐 왔던 적은 있었는데, 이번엔 3주나 지낼 계획이었지. 니엘이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어. 이번에 미국 대사관 가서 인터뷰하고 여권도 갱신했지. 딸이 미국 여권이 있으니까 입국 심사도 간단하게 끝나서 편하게 대화하는 느낌이었어.
LA에는 정말 볼거리 많잖아.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 거리 같은 유명한 곳도 많지만, 난 그루브 몰이 제일 좋더라. 맛집도 많고 쇼핑할 곳도 많고, 파머스마켓이나 공원도 가까워서 눈이 즐거운 곳이었어.
그런데 니엘이가 도착하자마자 감기에 걸려서 며칠 푹 쉬었어야 했어. 다행히 라스베이거스 가기 전에 나아져서 파머스마켓에서 브라질리언 고기뷔페도 먹고, 스타벅스도 갔지. 영어 공부도 시킬 겸 니엘이한테 직접 주문하라고 했는데, 직원이 친절하게 다시 확인하면서 웃으며 들어주더라. 그래서 안심했지. 역시 스타벅스는 어딜 가도 서비스가 좋구나 싶었어.근데 여기 물가가 너무 비싸서 그런지, 스타벅스 커피가 하나도 안 비싸게 느껴졌어. 커피 마시면서 라스베이거스 여행 일정 짰는데, 그 와중에 예쁜 LA 기념 머그컵을 골랐어. 친절한 직원이 결제도 도와주고, 참 멋있었어. 나올 때 니엘이랑 직원이 친절하다고 얘기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지.
그런데 사건이 하나 있었어. 한인 마켓에서 빵 사려고 지갑을 찾는데 안 보이는 거야. 니엘한테 전화해 봐도 집에 없고,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어. 지갑 안에 거의 800달러랑 카드가 있었거든. 라스베이거스 여행 가야 하는데 현금도 카드도 다 없어졌으니 당황스러웠지. 친구가 진정시키면서 일단 집에 가서 찾아보자고 했어.스타벅스에서 잃어버린 것 같아서, 내일 아침 일찍 가보기로 했어. 새벽 4시쯤 일을 마치고 스타벅스로 달려갔지. 직원에게 어제 상황을 설명했더니, 한 직원이 혹시 빨간 지갑이냐고 물어보는 거야. 진짜 놀랐어! 그 직원이 어제 내가 두고 간 지갑을 맡아두었더라고. 지갑을 보는 순간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뻔했어. 정말 세상은 아직 살 만하구나 싶었지.
그 빨간 지갑은 내가 에미레이트에서 비행할 때 방콕 나라야에서 산 건데, 여행할 때 항상 가지고 다니는 애정템이야. LA에서 그걸 찾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관광객이 많이 오는 스타벅스에서 말이야. 내가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
덕분에 라스베이거스 비행기는 취소했지만, 친절한 직원 덕에 LA를 더 즐길 수 있었어. 한 직원의 친절함과 세심한 덕분에 난 LA를 더 사랑하게 됐고 그 스타벅스는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어. LA에 나만의 아찔하고 행복한 추억의 장소가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야.
나중에 그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다시 갔지만 못 만났어. 이름도 못 물어봤지만, 구글맵에 리뷰로 칭찬글을 남겼어. 그 덕분에 LA를 더 사랑하게 됐다고. 언제 다시 갈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꼭 그 직원분을 만나서 인사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