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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Feb 29. 2020

만수르 님 혹시 14년 전 저를 기억하시나요?

아부다비에서의 소중한 추억

승무원으로 비행을 하다 보면 기내에서 정말 다양한 승객분들을 많이 만나고 가끔 셀렙들도 만나는 행운도 있다. 그런데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바로 이분이다.  하지만 이분은 기내에서 승객으로  만난 분이 아니라 두바이에 거주했을 때   아부다비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만난 분이다.

그분은  바로  우리가 세계 최대의 부호중 한 명으로 알고 있는 아부다비 만수르 왕자님이다.


만수르라는 이름의 어원은 아랍어 단어 '나스르(nasr)'에서 온 것으로 '승리를 거둔'(victorious)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이는 영어 문화권의 여성 이름인 '빅토리아(victoria)'나 스페인어 문화권의 남성 이름인 '헤라르도(gerardo)'와 뜻이 동일하다.  (출처 :  위키백과)


 만수르의 이름이  이런 의미가 있는지 전혀 몰랐는데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인 거 같다. 이름이 승리를 거둔 이라서 삶이 이름대로  승리하며 빛을 발하나 보다.


에미레이트에서 비행을 하면 두바이에서 거주하는데 워낙 두바이가 비즈니스 도시라서 전회가 많아서 승무원들이 오프 때 통역으로 일을 하기도 한.

일이라기보다는  단기 꿀알바인데 비행 스케줄이 맞아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많아도 하기가 싶지는 않다.  


 그런데 운이 좋게  이번처럼  착착 모든 것이 들어맞을  때도 있다. 10박 11일 정도의 긴 비행을 하고 두바이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잘 알고 지내는  집사님께  연락이 왔다. S건설에서 통역이 필요한데 내가 생각나서 추천을 하셨다고 하시면서 곧 전화가 갈 거라고 하셨다. 집사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끊자마자 S건설 과장님과  통화를  했다. 내일부터 아부다비에서 3일간 전시회가 있는데 통역이 가능한지 물어보셨다. 바로 내일부터라서 오늘  바로 미팅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추천받고 저한테 가장 먼저 연락하시는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두바이에서 아부다비까지 아침마다 통근을 해야 된다는 점이 조금 고민이 됐다. 9시에 전시회 시작이니까 적어도 30분 전에 가서 도착해야 되니까 6시 반에는 모든 준비를 다하고 차를 타고 가야 되는데 이 컨디션으로 3일을  연달아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돼서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오늘 긴 비행을 하고 와서 3일 오프라 시간은 되지만 바로 내일부터 일을 해야 되는데 아침에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씀드렸더니 두바이에서 아부다비까지 우리가 픽업할 거니 2시간 동안 차에서 쉬면 되고 오후 5시까지 일이라서 그렇기 힘들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이미 두바이 전시관에서 통역을 여러 번 해봤기 때문에  아부다비에서 하는 거지만 컨디션만 조절 잘하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하겠다고 말씀드린 후 바로  미팅 약속을 하고 만났다.



 미팅에서 행사에 대한 간단히 브리핑을 해주셨고 내용은    S건설이 만들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 할리파 '에 관한 전시회였다.

부르즈 할리파  출처 upsplash

부르즈 할리파       Burj Khalifa

부르즈는 아랍어로 '탑'이라는 뜻이며, 할리파는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이름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Khalifa bin Zaid al-Nahayan)에서 땄다. 개장되기 전까지 '버즈 두바이(burj dubai)'로 불렸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신도심 지역에 건설된 초고층 건물로, 전체 높이는 829.84m이다. 2004년 9월 21일 착공하여, 2007년 7월 141층, 높이 512.1m를 넘어섰다. 마지막 층인 160층은 2008년 3월에 마무리되었고, 착공 38개월 만인 2008년 4월 8일 높이 630m에 도달하였다. 나머지 부분은 첨탑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이 전시회에서    S건설이  시공사로서  어떻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시하면 우리 부스에 손님들이 오시면 통역하고 설명해드리는 거였다.  기본적인 정보를 듣고 집에 오자마자 영어 기사도 찾아보며 공부를 했다.


 첫날은 정장을 입고 가야 되는데 선택의 여지없이 딱 한벌 있었는데  바로 에미레이트 면접 때 입었던  옷이었다. 행운의 정장을 입고 즐겁게 아부다비로 출발했다.

첫날 전시회에 VIP 분들이 오시는 날이라서 준비물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동선 파악도 하면서 리허설을  했다.


 정말 중요한 날이라 S건설 전무님과 상무님 모두 나오셨고 최대한 VIP 분들이 우리 부스 쪽으로 오실 수 있게끔 안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셨다.


VIP분들이 입장하신다는 안내방송 후 바로  전시관 입구가 열렸다. 내가 아는 아랍어는  이렇게  5 단어인데  여기서  지금  사용 가능한  아랍어는 '앗쌀람 알라이쿰''슈크란'이었고 이 두 단어는  무조건  사용하고  싶었다.


앗쌀라마 알라이쿰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에게

슈크란  감사합니다.

하비비   sweetheart, honey의  뜻

얄랴얄라  빨리빨리

할라스   끝


가장  먼저  아부다비 만수르 왕자님과  장관님이  들어오셔서   우리 부스 쪽으로  지나가실 때  아랍어로  '앗쌀라마 알라이쿰' 인사를 하며 다가갔다.

금색옷을  입으신 분이 아부다비 왕자이신 만수르님

아랍어로  다가가니  어디서 아랍어를  배웠냐고 물어보시며   친근하게  대해주셨고 계속  왕자님과  대화하면서  웃으며  우리 부스 쪽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부르즈 칼리파의  공사 진행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으시고  가시기 전에 왕자님과  다른  장관님들 방명록에 사인을 해주셔서  아랍어로 감사하다의 뜻인 '슈크란'이라고  웃으며 말씀드렸다.

 만수르 왕자님과 장관님  방명록에  사인해주시다.

왕자님과 장관님들이   우리 부스에서   꽤 오랜 시간 둘러보시는 동안 모든 브로드캐스팅이 따라와서  뉴스와 신문에  S건설이  홍보가 많이 됐다.


첫날 행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 진행이 돼서 S건설 임원분들께 칭찬도 많이 받았고 특히  전무님께서 내가  왕자님을  편하게 웃으면서 잘 응대해서 깜짝 놀랐다고 하시면서  남은 이틀도 잘 부탁하신다고 하셨다.  가장 중요한 첫날의 성과가 좋아서 이틀 동안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서 자부심도 생기고 다양한 분들을 알게 돼서 정말 즐겁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바로 우리 옆에 에티하드항공 부스가 있었는데 그때 한 크루가 나에게  꼭  지원하라면서 지원서와 회사 팸플릿을 챙겨줬는데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긴 했다. 사람에게는 정말 선택할 기회가 많은 것 같다.


 부르즈 할리파가  완공된  모습을 아직  보지 못해서  나중에  딸  니엘이와  꼭 함께 가서  엄마가  그래도   이 건물에  0.00000000000000000001프로는  보땜이 됐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벌써 14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기억은 정말 선명하다.

 솔직히 만수르 왕자님이 이렇게 갑자기 한국에서 유명해질지는 몰랐는데 덕분에 이사진이 나에게 너무나 소중해졌다.


저를 친근하게 대해 주시고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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