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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Mar 16. 2020

엄마의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젠  '포기'가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이기

면접 코칭을 하면 이런 질문이 많이 나온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이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매번 이 질문이 나올 때마다  힘들었던 때가 자꾸 생각나서  피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전보다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일 년간 열심히 준비해서 석사 어드미션을 받아서  남편과 서로 도와가면서 공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한국에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시부모님께서 적극적으로 공부하라고 응원해주셨고 한국에 입국 후 시댁에서 살기로 하고 나만 혼자 미국에서  석사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학기 중에 니엘이(딸)봐주시고  방학 때는 내가  한국에 들어와서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세상은 어쩜 이리도 내편이 아지 모르겠다.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10월경에 아버님께서 쓰러지시고 어머님까지  연달아 쓰러지셨다.

입학이 1월이라 12월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다시 한 학기 연기 신청해서 9월 학기에 입학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출국 전까지 승무원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지만 시부모님이 건강이 안 좋은 상황이라서  니엘이를 맡기고 미국에 갈 수 없어서 잠깐 하기로 한 일을  9년째 니엘쌤으로 면접 코칭을 하고 있다



이때 나보다 더 힘들어 한 분이 우리 엄마였다.

대학교 졸업 후 유학 준비를 할 때 이미 재정적인 문제로 한번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드미션까지 받았는데 딸이 하고 싶어 하는 공부를 못하게 돼서 많이 속상해하셨다. 우리 엄마는 무조건 너부터 생각하라고 했다. 너하고 싶은 거 하라고 이젠 엄마가 너 포기하는 거 못 볼 거 같다고 하셨다.


재정적인 문제로 유학을 포기했을 때  빨리 돈을 벌어서 미국 가서 꼭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비행을 하면서 힘든 일이 있었어도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6년 동안 일하며 유학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재정적인  것도  채웠고  어드미션까지 받아서 입학만 하면 되는데 사정상 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래서 이때  여태껏 열심히 준비해온 시간들이 생각나서  많이 속상했었다.


엄마에게 전화하니 연락이 안 됐다.

그다음 날에도  연락이 안 돼서  너무 걱정돼서  남동생에게 전화를 하니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었다. 그 당시 힘들어하는 나를 보  엄마에게 마음의 병이 생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계시는데  그 와중에  나에게  이 얘기를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고  한다.

막내가 엄마의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니엘이가 플로리다에서 태어날 때 바로 내 옆에 계셨던 우리 엄마는 니엘이를 전혀 기억을 못 하셨다.

아빠가 집에 오시자마자

울 둘째  오늘 어디 비행 갔어요?


이때는 이미 비행을 안 한 지 4년이 지났을 때였는데  엄마가  이런 질문을 해서  아빠가  너무 놀라서 니엘이를 아냐고 물어보니 전혀 기억을 못 하셨다고 한다. 엄마 기억 속에서  나는  여전히  즐겁게 비행하고  있는  승무원 딸이었다.


울 엄마와 두바이에서 한 달간 지낸 적이 다.
엄마가 혼자 타지 생활하는 나를  걱정 많이 하셨는데  두바이에서  잘 지내며  비행도 즐기면서 하는 모습 보고 많이 기뻐하셨다.


엄마는 '딱 그때로,  그 순간으로'  돌아가셨다.
엄마가 생각하시기에

딸이 가장 행복해 보였던 그 순간으로....

이때 정말 너무 많이 울었다. 이러다가 엄마가 잘못되면 난 죄책감에 살 수 없었을 텐데 엄마가 그 상황을 잘 견뎌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나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때 내 가치관이 바뀌었다.

그래! 난 혼자가 아니다. 다 같이 행복하자.
포기가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이자!


 공부는 나중에 니엘이  미국에서 같이 하면 되니까 먼저 수용하고 행복하기로 선택했다.
개인적 성장 물론 중요하지만 이때 나에게 필요한 가치는 수용과 행복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의 상황을 수용하며 행복을 느끼고 나서 그다음 일을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도 내가 안정을 찾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회복되셨고 이런 나를  항상 응원해주신다. 엄마에게 지금처럼 행복한 모습을 많이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엄마!! 엄마 둘째 딸이에요!
항상  내편인 울 엄마 덕에 정말  든든해요!
 엄마 코로나 사라지면 우리 저번처럼 니엘이랑 셋이 여행가요!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엄마 항상 감사하고 많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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