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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Feb 06. 2020

저한테 대체 왜 그러세요!!!

승무원은 외노자? 가정부?종업원?

승무원은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번 면접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바로 본인만의 스트레스 관리방법이다. 그 정도로 스트레스 해소법이 중요하다. 


비행 6년을 하면서 좋은 일도 분명 있지만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다.  외항사에서는 인종차별을 은근히 많이 당했고 내항사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무시당한 적도 있었다.
외항과 내항사 공통점은 갑질이다.. 갑질...​

중동권 나라의 가정부는 대부분 무슬림인 아시아권 출신이 많기 때문에  외모가 비슷한 승무원인 우리도  그들을 대하듯 대한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승무원에게  용건이 있으면  누르는 '콜벨' 울려 갔더니 바로 앞에 떨어진 걸 주워달라는 승객도 있었고 서비스 도중 갔더니 네가 밀 서비스하면서 말을 크게 해서 아이가 깼다며 삿대질하며 화를 내는 승객도 있었다. 이때는 승무원이 아닌 못 하는 힘없는 '외노자'가 된 느낌이었다.

가끔 동료에게도 상처 받는다. 모로코  카사블랑카 비행 때였다. 나만  아시안이었고 전부 중동 출신이었다.

기내에서는  무조건 영어만 사용해야 하는데  내가  있는데도  아랍어로 얘기했다.  소외된  느낌이 들어서  기내 안의 부엌인 '리'에  있기도  많이 불편했 적도 있다.



국내로  이직하면  소통이 잘돼서  여기보다는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입사 연도로  선후배가 정해진다. 내가 경력직이라 비행경력이  많지만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입사 연도가 빠르면  선배님이다. 다까체도 힘들고 선배님과  언니라는 호칭도 어색했다.  갑자기 기내용어가  영어가 툭 튀어나와 혼나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는데  6개월은 넘게  걸렸다. 얼굴에 안 나던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고 스트레스로  살이 계속  빠졌다.


 '이제 비행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만석인 정말  바쁜 비행이었다. 보딩 중 승객이 신문을  요청하셔서 드리러 가고 있는데 한 여성고객분이 남편분 정장을 옷장에 걸어달라고 하셨다.  그분에게 신문드리고 온 후 바로 걸어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다시 와서 정장을 걸어드리겠다고 하니 그때부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셨다.


네가  뭔데  날 무시해! 너 이름 머야? 너 오늘이 마지막 비행이 될 줄 알아!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셨지만 옆에 배우자 분은 계속 신문만 읽고 계셨다. 보딩 중이라 정말 바쁜 상황이었지만 정중히 사과드리고 비행 중 다시 찾아가서 사과드렸는데 그때조차도 날 아래위로 훑어보며 내 이름을 언급하셨다.

그때는 정말   빨리 비행기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저한테 대체 왜 그러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현실은  절대  내 마음과 같지  않았다. 다시 손님께  정중하게 사과드렸다.


이때가 경력 6년 차 때라 정말 어떤 승객도 잘 대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나에게  실망했고  나의 자존감도 완전히  무너졌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가' 왜 아무런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승객들의 감정 받이가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듯 기내에서  스트레스받는 경우는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해소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기내에서 스트레스 해소 방법

당 충전: 초콜릿이나 캔디류 먹기

 좋아하는 커피나 차 마시기

 다른 색깔 립스틱 바르기

 아로마 오일 바르기

겔리 정리하기 (일부러  바쁘게  일하기)

향수나 미스트 팍팍 뿌리기

 비행 후 뭐할지 계획하기

      (방콕ㅡ마사지ㆍ쇼핑 등/ 파리ㅡ맛있는 빵 등)



모든 직업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만 있는  직업은 없다.

혜민스님이 강연 중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직업이든 100프로 만족할 수는 없어요. 아무리 좋은 점이 많아도 30프로 정도의 단점
즉 힘든 점도 인정해야 그 일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데 사람들은 안 좋은 30프로만 보기 때문에 힘들어해요. 좋은 점이 70프로나 된다는 점에  집중하세요!


 내가 언급한  부분은  힘들고  안 좋은 부분이지만  승무원은  정말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다. 내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에 따라서 가치도 다르고 힘듦의 강도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매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정말 어렵지만 그런 것도 훈련이고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왜 승무원을 해야만 하는지
이 직업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겨낼 자신이 있는지
이런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이 글을 보고도  이 직업을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승무원 직업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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