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바로 민들레꽃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살던 고향에서는 민들레가 봄꽃 중에서 가장 늦게 지는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뉴월이면 모두 하얗게 변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곳에는 내가 전입 온 7월 말에도 민들레가 눈길 가는 곳마다 피어 있었다. 북쪽이라 좀 늦게 지나 보다~ 그랬었는데, 내일모레면 이름만 들어도 갈색 마른 낙엽이 느껴지는 시월인데도 노란 민들레가 햇빛을 한껏 반사하고 있다.
민들레 꽃잎은 봄과 같은 노란빛을 은행나무에게로 보낸다. 내 마음속에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민들레꽃이라면, 바람이 지나가는 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은행잎이다. 샛노란 은행잎의 떼가 바람에 흔들려 내는 소리와 그 반짝거림은 다른 모양의 나뭇잎들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시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내가 태어난 달이니까. 지금 빛나고 있는 민들레들이 시월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은행나무와 함께 이곳을 노란 유화로 만들어 준다면, 나에겐 더없는 생일 선물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