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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Sep 01. 2020

7년간의 유학생활에 대한 소회

왜 유학갔어? 

나는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 

고등학교 10학년 2학기부터 시작해 대학 4년을 마치고 2011년 5월 귀국했으니 약 7년을 미국에 살았다. 미국을 떠난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이제는 먼저 말하지 않으면 유학을 했는지 사람들도 잘 모른다. (물론 그 전에도 잘 모르긴 했었다...왜지?) 

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을 알게되면 사람들은 유학을 왜 갔는지, 유학을 추천하는지, 왜 돌아왔는지 등등 비슷한 질문을 많이 물어본다. 나의 유학생활에 대해 정리할겸 많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왜 유학갔어? 유학을 떠나게 된 계기  


사람들이 묻는 여러 질문 중 이 질문이 답하기가 가장 어렵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렇게 주체적인 인간은 아니다. 당연히 유학도 내가 먼저 제안하거나, 내가 먼저 원해서 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빠가 미국에서 학위를 하실 때 태어나 미국,한국 두 개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 (원래는 미국과 한국 중 국적을 하나 선택해야 했었지만 법이 바뀌면서 이중국적이 가능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유학생활을 하셨던 분들 중 유독 우리가족과 가까웠던 아주머니께서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에 가시면서 나를 데려가는건 어떤지 제안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미국을 가게 되었다. (시민권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은 시민권이 있으면 사립학교를 갈 필요 없이 공립 고등학교를 갈 수 있기에 학비나 비자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는 점을 덧붙이고자 함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나를 데려가주신 아주머니께서는 나를 두고 1년 만에 귀국하셨다는...또르르)


정말 그야말로 얼떨결에 가게 된 유학이었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가기 전까지 어학원에서 회화를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엄마와 이민가방에 짐을 꾸역꾸역 싸면서도 전혀 현실감각이 없었던 17살 철부지, 학원을 안 다녀도 되고, 입시지옥에서 해방되어서 좋다는 생각뿐 이었던 것 같다. 막연히 미국영화에서 보던 그림같은 주택에 새로생길 내 방에 대한 꿈을 꾸면서 여행가는 기분으로 떠났던 기억이 있다. 미국 도착 1~2주 후 개학을 하면서 학교를 가야하는 날이 왔을 때 현타가 왔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생각없이 갈 수 있었을까 싶은데, 아마 좋은 면만 보고, 별 생각이 없었기에 떠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나를 보면 가족에게 의존하고, 혼자 있으면 외로워하는 사람인데 한번쯤은 혼자 유학가는 건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유학을 왜 갔냐고 물어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어, 어쩌다보니" 라고 답한다. 뭐 이런 멍청하고 생각없는 답이 있을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굳이 그럴듯하게 이유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공부를 못하진 않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모범생이었다. 공부를 엄청 잘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있었어도 대학을 가는데 문제가 있지는 않았을 거란 뜻이다. ㅎㅎ 어쩌다보니 미국을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다행이 부모님께서도 보내줄 수 있는 여건이 되어 가게되었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나보다 먼저 입시경험을 한 언니의 추천도 있었다. 수능공부를 해 보니 한국의 입시공부가 나중에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듣고 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니도 고작 19살인데 저렇게 조언을 한 점이 재밌기도 하고, 예나 지금이나 언니 말을 참 잘 듣는 구나하는 생각도 했다. 

나는 얼떨결에 생각없이 간 유학이지만, 만약 유학을 생각하는 자녀가 있거나, 유학을 생각하는 분이 있으면 나처럼 가지는 않기를 바란다. 유학을 가는 시기도 정말 중요하고, 유학을 정말 원하는지, 중고등학교때 간다면 대학도 미국에서 갈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올지 등에 대해 꼭 미리 의논하고 결정한 후 가면 좋을 것 같다. 


시기에 대한 나의 의견은... 

시기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가 가장 적절한 것 같다. 만약 계속 미국에서 취업을 하고 거주할 계획이라면 더 일찍가도 상관은 없겠지만, 나중에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면 어느정도는 한국의 학교생활이나 문화에 익숙한 상태에서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는 고등학교때 갔고, 성격도 적극적인 편이 아니라 영어를 native 처럼 하지는 못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듣기, 말하기, 쓰기 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2~3년만 먼저 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시기에 따른 영어실력은 개인차가 심한 것 같다. 나보다 더 늦게 와도 영어를 더 잘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미국 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이나 시스템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예체능의 적절한 비율도 그렇고 사교육이 없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 퀄리티가 정말정말 좋았다. 


어쨌든 나는 200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함께 가는 친구와 함께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다. 여담이지만 이 날이 유학생활 중 공항에서 부모님과 헤어지면서 유일하게 울지 않았던 날이다. 그 이후로는 매번 울었다.ㅠㅠ


이어지는 글에 자세하게 쓰겠지만 유학생활은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고등학생이던 2년 반의 시간은 좋았던 기억도 정말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 같은 애가 어떻게 버텼을까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 학교생활도 그렇지만 미국 가족집에 홈스테이를 하고 이집 저집을 전전하던 시절 들을 생각하면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에피소드 들도 있다. 그래도 지금은 다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다음 편은 고등학교 적응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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