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요리 Oct 28. 2020

기억하고 싶은 이식 날

드디어 이식을 했습니다

드디어 이식을 했다.
난자 채취가 많이 되어 난소가 부어있던 관계로 동결로 진행을 하게 되어, 채취  쉬면서   정도를 보냈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시술을   가장 힘든 점은 이런 기다림이다.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무력한 상황. 이식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과배란 과정부터 매일매일 주사 맞고, 채취 후에도 자궁내막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도 먹고, 이식을 앞두고는 말로만 듣던 악명 높은 엉덩이  주사 슈게스트도 맞았다. 회사 휴직  했으면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술은 본인도 본인이지만 주변에서의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 진짜로  
채취와 달리 이식은 마취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 동반이 필요하진 않았다. 혼자 가서 접수를 하고 한참을 기다렸고, 한 시간 남짓 기다리니 호명을 해 주셨다. 시술실 안에서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알기에 누구도 컴플레인을 하지 않는다.
들어가서 환복하고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는데  날이 유난히 시술이 많은 날이었나 보다. 과별로 환자가 최소 4-5명인 거 같고, 병원 선생님이   정도 계시니 최소 20 정도는 있었던 듯?? 어떤 순서로 부르는지 모르니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면서 거의  시간을 기다렸다.
어쩐지 공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아가를 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애틋한 마음도 들었다. (모두  잘되기를..!)
기다린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이식은 금방 마쳤다. 선생님께서 배아가 상급이고 상태가 좋다며  될 거라고 하셨다. 동글동글 배아 사진도 보여주시고, 이식 후에는 사진도 주셨다. (임산부들이 받은 초음파 사진 같은 느낌...ㅜㅠ) 찰떡같이  붙어주렴!!
이식이 끝은 아니다. 각종 약과 착상에 도움 주는 배 주사를 처방받았는데, 과배란 과정에서 맞은 어떤 배 주사보다 아프다. 맞을 때도 아프고, 맞고 나서 옷 입을 때도 허리를 구부려도 손에 닿아도 아프다. 왜 이렇게 아픈지 궁금할 정도이다. 그래도 이식하고 맞는 주사라 마음가짐이 다른 거 같다. 정말 도움이  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멍 좀 들면 어떤가.
피검까지 기다리기가 쉽지 않고, 자꾸만 되나 안 되나 생각을 하게 된다. 되도록 인터넷 검색은 안 한다. 비슷한 시기에 이식하신 분들 글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해진다(간혹 이식 후 화장실 가면 배아가 나오나요, 재채기할 때 이식한 배아가 움직이나요? 이런 글이 있는데, 웃긴 게 아니라 너무 슬프다. 얼마나 간절하면... 그리고 나도 재채기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기에)

너무 간절하면 혹시나 나중에 실망할까 무섭고, 혹시 너무 간절하지 않으면  간절함이 부족해 안될까 봐 무섭다. 그래도  되겠지 생각해야지 별 수 있나.

작가의 이전글 다시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