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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파워 Jan 24. 2023

퇴사한 자의 특권, 'SNS없이 살기'

SNS를 삭제하고 온전한 나의 삶을 얻었다. (얻었었다)

21년 10월에 쓴 글.


퇴사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퇴사를 하고난 뒤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인스타그램 비활성화이다. 그리고 그 일주일 뒤 모바일 카톡 앱도 삭제했다.

그 이유는 퇴사 후의 삶을 온전히 나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소셜 미디어에서 벗어나 나에게 정말 의미있는 일로 하루를 가득 채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계획을 망치는 가장 큰 원인인 SNS를 지워야했다.     


SNS를 지우기 전에 친한 사람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가족, 친한 친구들, 당시 연인에게 SNS를 잠시 끊겠다고 이야기하니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SNS 아예 끊는 건 너무 극단적인거 아니야?”, “나는 엄두도 못낼 일인데 대단하다.”, “너 너무 이기적이다!”, “너랑 카톡하는 게 낙이였는데 아쉽다.” 등등.

아, 여기서 카톡을 그만두겠다는 나에게 이기적이라는 말을 한 건 우리 엄마다. 농담으로 이야기한거라지만 조금의 서운함은 분명 있을 것이다. 나의 귀여운 카톡 이모티콘을 한 달 동안 받지 못할테니!

분명한 건 나는 핸드폰을 없애는 게 아니고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을 없앤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잠시, 한두달만. 

그동안의 내 삶을 돌아봤을 때, SNS가 있는 이상 주변의 아주 사소한 연락까지도 신경써야하고 의미없이 낭비되는 시간, 감정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걸 알았다. 따라서 당분간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를 꼭 중단해야만 했다.


SNS 없이 살아가면서 나의 환경은 완전히 새로워졌고 내 기분은 점점 홀가분해지고 있다.


SNS 없는 삶의 장점은 명확하다.

하루 종일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1. 독서를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할 때 집중력이 확실히 더 좋아졌다. 

핸드폰을 하루에 3~4번만 보게 되니 집중력이 분산될 이유가 없었다. 요즘 나의 삶은 운동(헬스), 영어 공부, 독서, 데이터베이스 언어 공부로 의미있게 가득 채워져있다.     


2. 머릿속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여러 잡다한 생각들로 뒤엉켜있던 머릿속이 지금은 깔끔하고 아늑한 원룸처럼 정돈된 느낌이다. 현재 이전보다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고 마음이 여유롭다.     


물론 처음에 SNS 없는 삶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었다. 

매일 수시로 확인하던 SNS가 사라지니,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앱이 어디갔지?’하며 사라진 앱을 찾으려 뒤적뒤적거리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피곤하지만 자기 싫을 때 평소에는 SNS를 주로 했었는데, SNS가 사라지니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쓸데없는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런 내 모습을 깨달은 지금은 차라리 잠을 더 자거나, 영어 자막을 키고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잘 쓰려고 노력중이다.


또 때로는 SNS 없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커다란 적막함이 흐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도 적응을 해야했다. 문자나 전화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친한 사람들과 수시로 연락은 이전보다 어려웠고 따라서 조용해진 공간에서의 적막함은 이전보다 당연히 돋보였다. 살짝 외로운 기분이 들때면 원래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은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이려 노력 중이다. 다른 행위들로 그걸 억지로 덮으려 노력해봤자 근원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우리는 SNS를 우리 마음대로 지우지 못한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은 더 이상 나만의 공간이 아니고 비즈니스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웬만한 비즈니스 대화는 카카오톡으로 이루어지고, 회사 외 시간에도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SNS를 없애는 것은 퇴사한 자의 특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특권을 누리고 있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 앞으로 길어야 한두달이겠지만, SNS없이 살아가는 동안 최대한 나의 자기계발과 에너지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짐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이직 후 또 한동안 오지 않을 기회이니 이 순간을 잘 즐겨야겠다.

또 기회가 온다면 한두달만이라도 SNS를 삭제하고 살아가는 것을 모든 이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부록)

한참 뒤의 후기? (이 글을 쓴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습관이 무섭다고, SNS를 다시 시작하고나니 다시 이에 익숙해진 일상을 살고 있다. 

다만 이전과의 차이는 어느 정도 절제가 가능하다는 것? SNS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 두가지인 것 같다.


만약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끊을 수 있을 때 한번쯤 끊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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