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by 드리팜

처음 근무했던 약국 옆에는 반찬 가게가 있었다. 그곳은 종종 어머니가 반찬을 사 오시기도 했던 나름 장사가 잘 되는 가게였다. 복약지도를 하다 보면 한창 조리하는 시간엔 약국 안으로 반찬 냄새가 흘러들어오기도 했다. 맛스러운 냄새가 일으키는 식욕을 간신히 참으며 직원분들과 오늘은 무슨 반찬을 만들었나 추측하곤 했다.


그 반찬가게는 매우 일찍 오픈했었다. 내가 알기론 매일 새벽부터 조리를 하셨다. 약국이 오픈되면 반찬가게 사장님은 셔터를 올리기 무섭게 바로 들어오셔서 자양강장제와 간장약 하나씩을 사가셨다. 매일 천 백 원을 투자해 아침마다 드시면서 피로를 풀려고 애쓰셨다. 그 사장님께는 그것이 하루 일과의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때론 가게 사람들과 나눠 드신다며 자양강장제를 두 박스씩 사가시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했다. 사장님처럼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음식 장만하는 일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가 않을 것이다. 특히 요즘 직장인들에게는 워라밸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더욱 상상이 되지 않는 근무시간이다. 내가 당사자라면 졸리고 피곤해서 업장을 뛰쳐나올지도 모른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나만의 넉넉한 시간을 갈구했었다. 늘어질 대로 늦잠을 자고 커피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현실은 일터와 집의 연속. 어쩌다 잠깐의 운동이 전부인 쳇바퀴 같은 생활이 싫었다. 일 10%, 라이프 90% 의 삶을 동경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다고 그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도 아니더라. 모처럼 휴일이 생겨도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다가 결국 침대에 누워있다가 끝나는 하루가 많았다. 일을 잠깐 쉬고 있는 지금도, 영어공부나 운동, 취미 같은 자기 계발의 시간을 보내는 날과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는 날이 공존하고 있다. 만약 내가 약국을 차리게 되어 국장이 되면 더 자유로워 질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운영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오롯한 나만의 시간은 더 부족해질 것이다. 어떤 상황에 놓이든 내 마음대로 다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욕심이다.


여유롭든 일에 쫓기든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은 돌아간다. 그렇다면 관건은 나 자신인 것이다.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도 어떤 의미를 함의한 채 보내느냐에 달려있다. 주님 나라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면 어느 형태가 되더라도 값지다. 그 시간은 육체와 정신적 피로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도, 전공을 살려 일에 열중하며 지역 사회의 건강을 책임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목적과 의식 없이 휴식하면 과연 행복한가?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쪽잠을 자며 살아간다면 불행한 것인가? 목적의 분명함이 그 길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 목적이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되기를 늘 기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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