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 티 #2 - 떠난 너와, 노래가 남겨준 울림. [残響 (잔향)]
이번 블렌딩은 이전에 소개한 적 있는 tuki.라는 일본 가수의 노래 '별 마을 역에서'의 감상을 풀어 볼 거예요. 알게 된 지 1년도 넘었지만 처음 들었을 때 키우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너무나도 큰 위로를 얻어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간 이후 아직도 매일매일 듣고 있는 노래입니다. 가사를 요약해 보면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지만, 내가 떠나고 나서도 슬퍼하지 말아 줘.
우린 꼭 다시 만날 거니까 새로운 사랑과 함께 웃으며 지내.
우리, 별 마을 역에서 다시 만나자.
와 같은 흐름입니다. 직접 반려동물을 염두에 두고 만든 노래는 아닐지 몰라도, 노래는 원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법이잖아요? 저에게는 먼저 간 우리 두부(키우던 강아지 이름)가 저에게 해 주는 이야기처럼 들렸어요. 이 노래로 정말 큰 위로를 얻고 저에겐 아직까지 최고의 곡으로 남아있습니다.
노래의 감상과 제가 느낀 감정을 토대로 차를 만들 재료를 선정했어요. 자극적이지 않고, 향기로운 재료들로 총 세 가지를 사용해 블렌딩 해 보았습니다.
베이스가 되는 것은 백차입니다.
블렌딩 하기 참 어려운 재료이긴 한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특색은 분명한 곡의 분위기를 생각하니, 녹차나 홍차보다는 부드럽고 섬세한 향을 가진 백차가 과하지 않으면서 따뜻한 온기와 조용히 스며드는 위로를 표현해 주기에 딱 맞는 재료였어요.
여기에 카모마일을 더했어요.
카모마일은 편안해서 제가 좋아하는 재료인데, 순하고 포근한 꽃향기를 지니고 있어요.
두부가 내게 남긴 부드러운 기억,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따뜻함을 닮아 있어요.
마지막으로 아주 소량의 로즈플라워를 섞어줬습니다.
이전에 사용했던 아마란스와 같은 역할로, 로즈는 사랑과 그리움을 상징하는 꽃이죠.
꽃을 선물하는 것과 같은 서툴지만 진심이 가득한 마음을, 아주 은은하게 보태줄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해서 더했습니다.
향도 바디감도 강하지 않고, 다시 들려오는 발소리처럼 조심스럽지만 반갑고 행복하게 다가오는, 그런 블렌딩을 목표로 했어요. 이번 블렌드의 이름은 아무래도 일본 노래의 감상이 토대가 되었으니 일본풍으로 지어보았습니다.
残響 (ざんきょう) - 남은 울림, 다시 들려오는 발소리처럼 아련한 블렌딩
반려동물이 내게 남기고 간 울림,
차가 전해주는 잔잔한 따뜻함,
노래가 마음에 남기는 위로.
아팠던 기억 위에 두부와 노래가 남겨준 따뜻함을 덮듯이 블렌딩을 완성했습니다.
잘 지내다가도, 문득 쓸쓸해지고 생각이 날 때. 다시 들려올 발소리에 귀 기울이듯 한 잔 천천히 우려 봅니다.
언젠가, '별 마을 역'에 두부가 좋아하던 간식 챙겨 들고 가서 무릎에 올려놓고 차 한잔 하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