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티...!]
'블렌딩' 이라 하면, 대충 '여러 원료를 섞어서 한 데 합하는 일' 이라 알고있으면 생활하고, 활용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블렌딩 원두' 라는 방식으로 카페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차(茶)'에도 여러가지 찻잎과, 물에 우려 마실 수 있는 각종 허브와 부재료 등을 혼합한 '블렌딩 티' 가 있다.
각자가 가진 특성과 향미, 찻잎의 모양과 우러났을때 나타나는 수색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 조합하여 그들의 특성에 따라 나만의(기업의) 이야기를 담은. '나만의 한 잔' 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라는 내용을 머릿속에 넣고 고대하던 블렌딩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은 비어있는 작은 틴케이스 6개를 주고, 앞으로 수업하면서 나만의 블렌딩 티로 이 통을 다 채울 것이며, 첫번째 통과 마지막 통의 차이를 보며 과정을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나는 회사돈으로 참여한 이 수업에서 당장 판매할 수 있는 티 메뉴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 바로 팔 수 있고, 나름 타겟을 넓히고자 하는 생각에 나의 주제를 [카페 메뉴를 잘 모르는, 가족을 따라 변두리 카페에 온 아버지들이 고를 만한 티] 로 정했다. 이걸 계속 발전시켜서 최종적으로 나만의 티를 만들어 내는 것....!
선생님도 특이한 타겟이라고 말씀하시며, 케파가 작아도 선점하면 그게 다 내것이 된다고, 자기도 생각해보고 도와줄테니 한번 잘 해보자고 하셨고 나는 나에게 박혀있는 고정관념에 따라 '아저씨 = 구수한거 좋아하고, 튀는 맛 같은거 안좋아함' 이라는 바탕을 가지고 강의실에 준비된 몇 십 가지 재료들 중 구수/고소한 것, 진득하고 무거운 것, 건강에 좋은 것들만을 가지고 와서 여러 차례 블렌딩 해 보았고. 수강생분들과 각자 만든 티를 나눠 맛보며 피드백을 거쳐가며 재밌는 수업이 진행되었으나, 결국 나의 아저씨 티 '아저티' 는 모두의 공감을 산 맛과 향. 전대미문의 라면국물 맛이 나는 티를 만들어 낸 후 식욕만 돋군 채로 좌절하며 항상 알고도 외면하는 진리를 한 가지 떠올렸다.
'남들이 안 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나서, 나는 이 첫 수업의 주제와 결과물을 전면폐기하고 무방비하게 다음 주 수업을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