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우리 강아지

이렇게 하면 되는거에요.

by 티나리오

첫 시간 대실패를 겪은 나의 블렌딩 수업.

전 시간의 결과물을 수정/보완하는 다른 수강생분들과 달리 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고, 전혀 모르는 분야였으니 당연히 막막했다. 당장 결과물을 만들어 가야하는데.....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열었는데 배경화면에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우리집 말티즈가 보였다.

아주 안좋은 상황에 찾아와 정서적으로 우리 집에 많은 도움을 주고 지난 겨울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예쁘고 성격 더러운 강아지. 또 무슨 도움을 주려고 왔다간건지 사진을 본 순간 막막했던 수업에 길이 보였다.

나는 원래 계획이라도 하고 온 듯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강아지를 표현하기로 했다.

먼저 특징을 잡는다. 우리 강아지...우리 두부는....


1. 일단 예쁘다.

2. 보고 있으면 편안하다.

3. 포근하고, 고소하다.

4. 말티즈는 참지않지, 톡 쏘는 성격이 있다.


간단하게 정한 특징들을 바탕으로, 초보자다운 재료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예뻐야 하니까 수색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히비스커스와 로즈힙.

편안함과 포근함, 약간의 고소함을 더해줄 수 있는 릴렉스 티의 대표자 캐모마일.

편안하기만 하면 안 돼, 톡 쏘는 성격을 더해줄 수 있는 오미자도.


비율을 정해 서너차례 블렌딩을 거쳐서 내가 원하는 느낌을 만들어냈고, 피드백에 들어갔다.

내가 만든 차, 말티(Tea)와 그렇게 만든 이유, 맛과 향을 본 동료 수강생분들은 끄덕이며 맛을 보셨고, 선생님도 한 마디 하셨다.


"이렇게 하면 되는거에요! 이정도면 재료를 쓰는 방법은 어느정도 이해를 하신 것 같은데요? 이 수업에서는 이것만 얻어가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잘 하셨습니다!"


물론 수업료를 낸 수강생을 상대로 하는 그저 립서비스 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갖고있는 느낌들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학교 졸업 이후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배웠다는 희열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화려한 언변과 시각효과가 없이도 무언가를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었다.

해당 메뉴는 이름만 바꾼 채로 매장에서 판매까지 이어졌고 난 숙제를 하나 끝냈다.


고마워 두부야. 너는 아직도 날 도와주고 있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3. 나의 첫 블렌딩 라면국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