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추천) - 별 마을 역에서 만나.

tuki. - 별 마을 역에서(星街の駅で) -JPOP

by 티나리오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우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강아지(고양이, 햄스터 등등..) 별에 간다' 같은 말을 하며 아끼던 가족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을 위로하곤 한다. 그냥 '죽었다'라고 해버리면 영영 죽어 없어지는 것만 같아, 그 '죽는다'라는 워딩에 상당한 거부감이 드는 건 물론이요, 무지개다리를 건너 천국에 가서, 강아지별에 가 친구들과 아프지 않고 곁에서 우리를 지켜봐 줄 것이라는 이야기, 훗날 내가 죽으면 하늘에서 만날 수 있다는 흡사 '산타는 있다'는 수준의 어린아이들이나 믿을법한 이야기를 성인들도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슬픔을 다스리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린 헤어졌지만 헤어진 게 아니고, 분명 다시 만날 것이라고 믿으니까.

저마다 안 좋은 일을 겪었을 때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중 가장 접하기 쉬운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노래가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새로운 노래를 접할 때 그 요소 중 노래의 가사에 가장 집중하는 편이다.

소개하고 싶은 노래는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된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tuki.(츠키)의 [별 마을 역에서(星街の駅で)]라는 노래이다.

tuki. - 별 마을 역에서(星街の駅で) 공식 뮤직비디오

가사의 내용은 어떤 이유로 떠나야 하는 사람이 남겨진 사람에게 그 자리에 슬픔에 젖어 멈춰있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줬으면 하는, 자기가 없는 곳에서도 사랑을 하고 웃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우리는 별빛이 가득한 역에서 반드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전하고 있다.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은 시점은 키우던 강아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리 강아지는 다니던 병원에서 비만판정을 받고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밥을 먹지 않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더니 살이 찐 게 아니라 간암이고, 배가 나온 건 살이 아니라 전부 종양덩어리라는 결과였다. 그렇게 수술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2주 만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너무도 갑작스럽게 헤어지게 되었다.

그 당시의 나는 강아지를 보낸 슬픔에 말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집에 들어가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잠기지도 않은 문 뒤에 숨어있는 듯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몸을 일으켜 불도 켜고, 방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할 수 없었다. 그 큰 병을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하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방 안을 가득 채워 문으로 다가갈 수 없게 막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노래를 추천받아 출퇴근길 차 안에서 듣게 되었는데, 처음 듣는 노래를 알아들을 정도의 일본어실력은 아닌지라 처음에는 특이한 음색과 곡의 분위기에 이런 노래를 어린 친구가 직접 작사작곡 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것이 다였다. 그때의 나는 노래 한 곡 감상하는 것조차 힘든 상태였고, 때문에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바꾸지 않고 반복해서 듣던 중 조각조각 들리는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들이 전체 가사를 궁금하게 만들어 가사를 검색해 제대로 들어보기로 했다.





네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적어도 별에게 소원을...



슬퍼하지 말아 줘



앞을 봐, 뒤돌아보지 말아 줘


내가 없는 곳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사랑을 하며 웃어줘



약속 장소는 별빛 가득한 역에서



언젠가 만나는 날까지


노래를 듣는 내내 나의 각종 알고리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던 펫로스증후군에 관한 이야기들과 무지개다리, 강아지별 등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노래의 화자는 당연하게도 우리 강아지가 되었고, 내가 숨어있는 방 안, 닫혀있던 문 밖에서 앞다리로 문을 박박 긁어서 문을 열어젖히고, 컴컴한 방 안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나에게 적당히 하고 나오라고 앙칼지게 짖어대는 듯했다. 노래 한 곡으로 나는 다시 움직일 수 있었고, 내 일상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우리 강아지는 별마을 역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가 멈춰있을 수 없지...!


노래 한 곡 들어보라는 이야기를 장황하게도 했는데, 이 노래가 나에게 가져다준 변화는 어마어마했다.

노래를 듣고 다시 움직이기로 결심하고 그 추진력으로, 아주 충동적으로 예전부터 관심만 갖고 있던 한국사 시험을 준비해 봤고, 결과는 2문제 틀린 1급 합격이었다.

노래 한 곡, 영화 한 편으로 개인의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피치 못한 이별을 겪은 이들에게 이 노래를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별 마을 역에서'라는 곡을 차 한잔으로 표현해서 펫로스클리닉에 제공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계획도 세우게 되었고, 아름답고 희망찬 이야기를 담은 레시피를 연구 중이다. 별 마을은 정말 있고, 우리 동물친구들은 그곳에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고 믿는다. 떠난 우리 강아지에게서 정말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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