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살아!

남편에게 심부름 시키기

by 장윤경

어제 대천 가는 길에 우리 부부는 차 안에서 건강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갔다. 처음부터 듣질 못해서 강사의 이름은 모르겠다. 서울대 모 교수님이신 것 같다. 치매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는데 주변에 치매 환자가 많아 아주 열심히 들었다.


그 분께서 여담으로 말씀하셨다. 85세가 되면 부부 중 한 명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으니 미리서부터 둘 중 누가 치매에 걸리면 좋을지 상의해 놓는 게 좋을 거라고.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신문 읽기, 독서, 글쓰기, 운동을 마지막 날까지 하는 게 좋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좋다고도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분리 수거, 집안 청소, 주방에서 일 거들기 등등의 일을 남편들이 하는 게 좋다고 예를 들어 주셨다.


오늘 오전 내내 나는 청소며 빨래를 하느라 무척 바빴다. 그런데 아침부터 남편이 오늘은 오리고기를 먹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구제역이 돌고 있으니 오리고기가 좋겠고, AI는 75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되니까 소보다 오리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불고기나 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이 다 끝나기도 전에 먹을 것 타령을 하는 남편이 얄미웠다. 그래서 어제 들은 말이 생각나서 남편에게 장보기를 시켰다. 잊어버릴까봐 메시지로 목록을 전송해 재차 주지시켰다.

'오리고기, 양파, 당근, 고추장.'


그런데 이 양반이 중국산 당근을 사왔다. 깨끗이 씻어서 파는 건 중국산이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런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내 잘못이 커서 그냥 먹기로 했지만 왠지 찜찜하다. 앓느니 죽을 수도 없고. 에휴,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남편 부려먹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일을 분담하고, 남편에게 운동을 하게 한 것으로 만족하고 중국산 당근을 맛있게 먹는 수밖에. 지글보글 오리주물럭이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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