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지언이는 최근에 내게 온 엔돌핀이다. 지난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나야, 제비야」라는 책을 읽고 제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제비는 삼월 삼짇날 즈음에 우리나라에 왔다가 봄과 여름을 지내고 가는 여름 철새다. 옛부터 사람들은 제비가 찾아오면 한 식구처럼 반갑게 맞아주었고, 제비들이 농사를 해치는 벌레들을 잡아먹어서 농부들이 좋아했다. 맵시 좋은 사람을 물찬제비라고 한다는 얘기까지 해 주었다.
제비가 줄어드는 까닭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얘기해 보자고 했다. 제비들이 좋아하는 초가집이 사라지고, 땅도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어 제비들이 집을 지을 수가 없어졌다. 농약 때문에 제비들의 먹잇감도 줄어들어 제비들이 참 안 됐다는 얘기를 했다.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제비들에게도 좋겠다는 얘기를 했더니 지언이가 갑자기 자기 외할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지언이는 얼마 전까지 직장에 다니시는 엄마가 몸이 아파서 외가에서 생활하다 왔기 때문에 생생한 경험담인 것 같았다. 외할아버지께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으셨는데 외할아버지네 밭의 벌레가 남의 밭까지 옮겨 가서 다른 사람들의 농사까지 망쳤다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 외할아버지는 참 당황스러웠을 이 이야기가 나에겐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지언이와 함께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내가 웃으니 덩달아 따라 웃긴 했지만 지언이가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외할아버지의 농사 망친 이야기가 그렇게 웃을 일인가, 하고. 그냥 웃고 끝나면 안 될 것 같아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섰다. 농약을 안 쓰면 참 좋은데 남의 밭까지 망칠 수도 있어서 힘들기도 하고, 친환경농법은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었더니 제비를 위해서는 전깃줄을 많이 쳐야 한다고 했다. 제비들이 전깃줄에 앉아있는 걸 생각하며 한 말일 것이다.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아이들은 참 순수하다. 요즘 내게 지언이는 엔돌핀이다. 지언이 때문에 눈가 주름이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그렇지만 웃어서 생긴 주름은 예쁘다고 하니 개의치 않을 생각이다. 지언이 생각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동화책 두 권 읽고, 지언이를 생각하며 행복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림은네이버에서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