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것인 줄 알고 내 칫솔을 챙겨서 이틀 전에 출장 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육 마지막 과정으로 도자기를 빚는데 새길 문장을 생각해 보라고.
요즘 교육은 참 다양하게 하는 모양이다. 도자기도 빚고 말이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좋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더 의미있는 것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 I ♡ YOU'라고 새기라고 했다. 내가 이렇게 문자를 보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출장 간 옆지기가 조석으로 안부 전화를 했다. 그런데 내용이 죄다 아이들에 관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학교는 잘 갔는지, 저녁엔 학교 갔다 잘 왔는지 등등. 내가 계모도 아닌데 어련히 알아서 잘 돌보고 먹일 텐데 숫제 아이들 걱정뿐이었다.
아 참, 한 가지 나에 관한 것도 물어보긴 했다. 밥은 먹었느냐고. 지금이 보릿고개도 아닌데 밥은 배고프면 알아서 먹지 그럼 안 먹을까, 하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생각을 했던지라 조금 전에 전화가 왔을 때 쐐기를 박듯이 그런 문구들을 문자로 보내주고 그걸로 새겨오라고 했다. 내 생각도 좀 하라는 의미에서. 이런 나의 마음을 그 사람은 알 턱이 없었으리라.
그런데 이내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얄밉기도 하지만 멀리 가서도 자식들 걱정하는 남편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조금 전까지 읽은 책에 나온 할머니들의 남편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처자식을 나몰라라 내버려두고 딴짓들을 하거나 때리고 가족들에게 몹쓸 짓을 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들 걱정만 한다고 섭섭해했던 내가 참 속좁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금방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늘은 남편이 돌아오는 날이다. 남편이 좋아할 만한 것이 시장에 있는지 둘러보러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