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만지는 의사

- <사람아, 아프지 마라>를 읽고 -

by 장윤경

“엄마, 코피 나세요?”

“아니.”

“근데 왜 화장지를 코에 대고 계세요?”

“응. 코피 나는 게 아니라 눈물, 콧물 때문에 그래. 이 책 장난 아니야. 너도 읽어봐. 웃었다 울었다 해야 돼.”

오랜만에 참 따뜻한 책을 한 권 만났다.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를 이룬다. 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일어났던 소소한 일들을 잔잔하게 풀어낸 책이다. 글을 읽는 동안 나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오르락내리락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글쓰기 실력이 장난 아니었다.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아픈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기에 지극히 사무적인 이야기만 있고, 웃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곳에도 우리가 사는 모습과 똑같이 유머와 웃음이 있고, 눈물도 있고, 가슴 뭉클함도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환자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다독이고자 애쓰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웠다. 때로는 그의 넓은 오지랖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에 낄낄거렸다.

2007년 4월, 나는 담낭을 떼어냈다. 1999년에 건강검진을 하러 갔는데 우연히 초음파 검사에서 쌀 한 톨 만한 담낭용종이 발견되었다. 담당의사는 당장 떼어낼 필요는 없고 지켜보자고 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검사만 하다가 1cm 정도로 크기가 커지고 모양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해서 추적관찰 후 8년 만에 담낭을 떼어냈다. 아이 낳는 일 말고 수술대에 누워보긴 처음이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집도의는 500명이 넘는 환자들을 성공적으로 수술한 베테랑이라고 자랑하고, 대수롭지 않은 수술이라고 했지만 너무 떨리고 긴장되었다. 그때 느꼈다. 웬만하면 아프지 말아야 하고, 웬만하면 병원엔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그렇지만 어디 건강 문제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호락호락 될 일인가. 그래서 아프면 가야 하는 곳이 또한 병원이다.

환자들은 일단 병원 하면 겁부터 먹기 마련이다. 병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그 병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한 번씩은 꼭 죽어야만 하는 인간이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몸이 아프면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진다. 그런 상태에서 만나는 사람이 의사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긴장하고, 약해진 환자들을 대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상냥하지 않다. 워낙 아픈 사람들만 상대하다 보니 타성에 젖어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환자들은 친절하고 따뜻한 의사를 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참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다. 남편 없는 환자의 5살 된 입양아가 자기에게 덥석 안기는 걸 보고 아빠 노릇을 10분씩 해주기로 마음먹고 500원짜리 고무 딱지를 사놓고 기다린다.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할머니에게는 기꺼이 자기 손을 빌려드린다. 그 할머니에게는 그 어떤 치료나 말보다 자기 손을 빌려드리는 것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라면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시작될 것 같다. 또 그를 보러 자꾸 가고 싶을 것 같다. 우리 주변에 이런 의사 어디 없을까.

그의 페이스북 담벼락엔 또 어떤 사연들이 올라올까. 그의 담벼락이 궁금해 나는 또 기웃거릴 것이다. 이제 이 책을 공부하느라 지친 우리 아들들에게 넘겨야 할 차례다. 아이들이 그의 따뜻함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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