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eyoon Kim Aug 22. 2024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1998년 06월/

매거진의 이전글 푸른밤 - 나희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