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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yoon Kim Aug 22. 2024

사랑 - 전봉건

사랑은 경작되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


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 전봉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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