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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yoon Kim Aug 22. 2024

바람의 말  - 마종기

착한 당신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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