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전후 며칠 연휴 가족과 순천여행을 떠났다. 아지트 근처 봉화산 밑자락에 업동저수지가 있어 좋아하는 산책 코스다. 간밤 오래간만에 비가 좀 많이 왔다.
비 오는 날의 업동 저수지 (호수 건너편 숲속이 두꺼비들의 고향, 돌아갈 장소다)
이곳은 두꺼비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다. 환경단체 자원봉사자들이 2월 저수지에서 짝짓기 시기부터 올챙이를 거쳐 6월에 어린 두꺼비가 되어 고향인 봉화산으로 올라갈 때까지 지켜준다.
그릴판 / 생태통로
순천시에서도 저수지 주변에 올챙이에서 갓탈바꿈한 철부지 아기 두꺼비가 인간 주거지나 도로 쪽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차단 그릴 판을 수직으로 설치했다. 보행길에는 하수구 안으로 빠지지 않도록 수평 그릴판을 깔았다.
철없는 아기 올챙이 / 엄마 두꺼비
또 주거지나 도로방향으로 이미 내려온 문제아들은 수로에 빠지지 않도록 구멍이 촘촘한 그릴 판을 수로 뚜껑에 덧씌우는 노력을 한다. 2차 저지선인 셈이다.
플래카드
테이프 / 자원봉사자 모집
아기들의 도로킬을 줄이기 위하여 곳곳에 차량의 서행당부를 하는 안내 플래카드를 걸어놓았다. 일부 구간에는 차량과 인간들의 출입금지 테이프를 설치했다. 마지막 조치인 셈이다.
덮어씌운 차단막 / 철제 수직 그릴
아침에 저수지를 산책할 때, 수문에 물이 넘쳐 개울로 흘러 내갔다. 수문에 하늘색 모기장을 덧대어 놓았다. 멀리서 여성 자원봉사하시는 분이 벽돌 두 장을 들고 다가왔다. 그 벽돌로 모기장 밑을 눌러 놓아야 된다고 했다. 철없는 아기올챙이가 물살에 빠져나가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셨다. 자세히 보니 수문 근처에 뒷다리가 난 아기들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위험하게 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분의 애절한 마음이 닿았다.
철제 수직 그릴
그분은 수문을 빠져나가려는 아기들을 뜰채로 건져 올려 안전한 저수지 위 물가로 옮겨 놓는 생명 구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저수지 위쪽에는 바케스가 몇 개 보였다. 뒷다리와 앞다리가 다 자라 땅으로 올라온 어린 두꺼비의 피부가 연약하여 땅이나 수풀에 물을 뿌려 주어 지열을 식혀주거나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용도라고 했다. 수중생활에 이어 육지생활 적응에 필요한 과도기에 필요한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천사 같은 마음이다.
올챙이 뜰채 / 양동이 / 안전 로프-경사진 곳임 (폭포수 되기 전날)
그러나 나는 그곳을 곧 떠나야 했다. 옆지기의 거역할 수 없는 마트 장보기 임무, 부두 파 콩나물 심부름을 빨리 수행하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지금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일기예보대로 간밤에 돌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아침 일찍, 당연히 철 모르는 아기 올챙이들이 걱정이 되어 견딜 수 없었다. 저수지 수문으로 달려가 보았다.
기능을 잃은 폭포가 된 수문(1)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 봐도 이미 수문에는 물이 흘러넘쳐 폭포가 되어 버렸다. 그때 어제 만났던 그 자원봉사자분이 슬픈 표정을 짓고 뜰채를 손에 들고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나 철 모르는 아기들은 즐거운 듯이 마지막 여행을 줄줄이 떠나고 있었다.
얘들아! 이곳 수문을 넘어가버리면 동천이란 큰 강이 있고, 강 끝자락이 순천만 바다로 바로 연결된단다. 그곳까지 10km밖에 안된단다. 짠 바다에서는 너희들이 살아갈 수가 없단다. 뒷다리 밖에 없는 너희들이 어떻게 뭍으로 올라올 수 있겠니? 제발 이곳을 넘어가지 마라!
기능을 잃은 폭포가 된 수문(2)
왜 하필이면 세월호 어린 학생들이 연상되었을까? 차마 말을 걸지 못했다. 그녀의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