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 Oct 03. 2020

5.

2020.10.02 - 계획에 없던 이사

일주일에 한 편씩은 짧게나마 글을 써보겠노라 다짐하며 시작했는데 2주 만에 타이핑을 시작한다.


사실 '기록'에 가까운 독자(?) 없는 브런치이지만 꾸준히 습관으로 들이고 싶었는데 아무도 상관없을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저저번 주 갑작스레 집주인에게서 11월까지 집을 비워줬으면 한다는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다. 뉴욕은 크게 '자가'와 '월세'의 형태로 나뉘는데 자가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런 상황이 안 되는 경우는 대부분 매달 방값을 내며 지내고 있다. 월세도 크게 집주인이 본인 소유의 집을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제공하는 경우가 있고, 아파트 매니지먼트와 다이렉트 계약 혹은 한 사람이 집 전체를 렌트한 후에 방에 사람을 들이고 돈을 걷어서 렌트를 내는 경우다 대다수이다. 예를 들어 내가 방 세 개짜리 집을 $6,000불에 전체 계약을 하고 나머지 두 개 방의 방값을 메꿀 룸메이트를 구하는 셰어하우스의 방법이다. 이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일 뿐이고 뉴욕엔 천차만별의 방식으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렌트 전용 아파트와 매매 전용 아파트의 차이도 있고 아파트 안 부대시설, 경비원이나 피트니스의 유무 및 집 안 내부 옵션까지 파고들어야 하니 패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지내는 아파트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브루클린에 위치한 8가구가 사는 소규모 빌딩이다. 한국의 빌라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집주인은 이 건물에 2개의 호(號)를 소유하고 있고 하나는 본인과 아이들이 살고 다른 하나에는 나와 두 명의 룸메이트에게 세를 내놓았다. 우리는 집주인이 책정한 방값을 내고 이 집에서 쓰는 전기세와 인터넷비는 우리 셋이서 1/n을 한다. 내가 원하는 대부분의 조건을 갖춘 이 집을 우연히 찾았을 땐 스캠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지만 약 1년간 지내면서 이 곳이 정말 좋았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당장 나 조차도 떠올려지는 툭하면 찾아와 방값을 올리려는 '주인집 아주머니와 한 빌딩에?' 라며 내 주변에서도 어떤지 많이들 물어봤는데, 살면서 이렇게 합리적이고 나이스 한 집주인은 평생 못 만나겠지 싶었다. 대부분이 12개월 집 계약을 하는 데 이 집은 'month-to-month'다. 기간에 얽매이지 않을 뿐 '갑'과 '을' 사이의 조건과 계약내용은 있다.


그런 조건 중 하나는 쌍방 모두 어떠한 이유로 인해 이 집에서 내보내거나 나가야 할 때 60일 전에 노티스를 주면 되는데, 집주인이 우리가 사는 아파트까지 필요한 개인적인 상황이 생겼고 이렇게 일이 진행될지 몰랐다며 거듭 미안하다는 사과와 11월이면 제일 좋겠지만 본인이 사실상 60일 노티스를 주지 못했으니 12월도 괜찮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다 읽어 내려갈 때쯤 현재 자신의 가족이 살고 있는 다른 주로 휴가를 떠나 이 집을 비운 내 룸메이트에게서 '왓 더 헬?!' 하며 전화가 왔다. 우리끼리 '이 만한 곳도 집주인도 없다! 나가라고 하기 전까지 여기서 지내자'며 종종 얘기 해왔었다. 심지어 또 다른 룸메이트는 올 3월에 이사를 왔으니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뉴욕에서 집 찾는 일은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조건과 버짓도 맞아야 하고 계약 시작 날짜까지 삼박자 고루 맞추기도 그렇고 무버들을 예약하고 무엇보다 짐 싸는 것까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언급했듯 맘에 드는 집을 찾았기에 내가 여기서 앞으로 1-2년을 쭈욱 지낼 생각까지 하면서 더 이상 이사는 없다는 마음으로 (이런 프로세스를 거친 4번의 뉴욕 이사 경험이 있다) 마침 뉴욕에 놀러 오시는 엄마 스케줄 조절까지 해 동원해가며 입주했건만... 


뉴욕에서 집 구하는 주제로도 글을 써보려 했는데 그 타이밍이 예상 밖으로 일찍 온 것 같다. 11월 1일 입주라면 보통 10월이 돼야 입주자를 찾는 포스팅들이 생긴다. 이메일을 받은 2주 전 시점에선 10월 1일 입주자를 찾는 리스팅이 많았는데, 이제 10월이 되었다. 눈에 불을 켜고 집을 찾는데 매진해야 할 앞으로의 2-3주, 짧아서 더 많이 만끽하고 싶은 언제나 아쉬운 뉴욕의 가을에 이렇게 들어선다.

작가의 이전글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