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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영 Jul 27. 2020

wind sock

"상황을 인지하라."

자가용 면장을 취득하고 한창 비행시간을 쌓을 때였다. 화창한 하늘과 달리 바람이 제법 센 날이었다. 토요일 오후, 학교엔 다른 외국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몇몇 한국인들만 브리핑룸에 남아 공부하고 있었다.  


"형, 솔로 크건 갈 거예요?"


리버사이드 모범생 K가 물었다.


"바람이 애매하지 않아? 포크 밸리나 에이다, 샤누트 전부 크로스 윈드 제한치에 해당되던데."

"그렇죠?"

"아니면 우리 그냥 공항에서 패턴만 돌까?"

"그럴까요?"


프리 플라이트를 하기 전 비행기 Cessna 152

K와 J 그리고 난 토요일 근무인 릭에게 가서 공항에서 이착륙을 반복하며 트래픽 패턴을 돌기 위한 서명을 받았다. 역시나 그는 별다른 질문 없이 허락했다.


"윈드 시어있다고 하니까 올라가서 바람이 너무 세면 그냥 비행 중단하고 돌아와."

"예썰!"    


윈드시어(wind shear)
: 갑작스럽게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바뀌는 현상이다. 수직이나 수평 방향 어디서도 나타날 수 있다.  


기름을 가득 채운 뒤 프리 플라이트와 오일 점검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라디오를 켰을 때 관제사와 조종사의 대화가 없어 생각보다 트래픽이 적다는 걸 알았다. 이륙 허가를 받고 활주로에 들어선 뒤 파워를 최대한 집어넣고 요크를 잡아당겼다. 비행기는 가뿐하게 하늘 위로 향했다. 업 윈드 구간을 지나 크로스 윈드, 다운 윈드를 도는 동안 비행은 안정적이었다. 마지막 파이널 구간에 진입하자 비행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급 하강하는 놀이기구 마냥 아래로 급하게 떨어졌다. 윈드 시어였다. 겁이 났다. 솔로 크로스컨트리를 이미 수십 차례 다녀온 뒤라 비행에 두려움이 없을 때였다. 야속한 바람의 장난에 자신감마저 사라졌다. 동체가 휘청거리는 불안감을 안고 파워를 평소보다 조금 더 집어넣은 상태로 착륙했다. 활주로를 빠져나와 유도로로 나오는 동안 고민에 빠졌다.


비행 중단하고 돌아가야 하나?

그래도 조금이나마 비행시간을 더 쌓고 싶은 마음에 몇 번 더 돌아보기로 결정하고 다시 활주로로 향했다. 활주로와 하늘엔 나와 K, J가 탄 비행기 세 대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파이널 구간에서 급작스럽게 비행기는 고도를 잃고 떨어졌다. 윈드 시어였다.


윈속(wind Sock)
: 천으로 된 원뿔 형태의 통으로 바람 방향과 상대적인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상측기.


윈속(Wind Sock)

공항 활주로 옆에 있는 윈속을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원통이 펼쳐졌다 풀 없이 죽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민하기를 서너 번 반복한 뒤 결국 비행을 중단했다. 이러다 자칫 착륙사고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마저 들었다. 행어로 돌아와 비행기를 밧줄에 고정시키는데 차례로 K와 J가 돌아오는 게 보였다.


"형. 괜찮았어요?"

"아니. 나 무서워서 그냥 중단하고 내려왔어."

"저도요."


셋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타코미터에 기록된 비행시간은 똑같이 40분이었다. 한 번만 더 돌자라고 생각하며 비행하다 결국 동시에 중단하고 내려온 거였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알고 비행을 지속할지 잠시 쉬어야 할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시류에 편승하란 말이 아니다.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과감하게 일을 추진할지 템포를 늦춰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자연을 거스르면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걸 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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