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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영 Jul 27. 2020

IM SAFE

“과신하지 마라”

하루에도 비가 왔다 해가 떴다 하는 변화무쌍한 오클라호마의 기상 탓에 비행이 가능한 화창한 날이면 자가용 면장을 취득한 학생들은 솔로 크로스컨트리 비행으로 비행시간 쌓기에 바빴다. 한정돼 있는 비행기 댓 수에 스케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비행 전날 자신이 탈 비행기와 비행시간을 미리 체크해 스케줄을 잡지 않으면 당일 취소되는 스케줄의 비행기만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노후화된 비행기가 많아서 학생들과 교관들 사이에서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비행기의 스케줄 잡기는 더욱 힘들었다.


비행기 스케줄표_(가로) 시간대별로 (세로) 비행기 테일 넘버 옆에 교관과 학생의 이름이 적혀있다 


“비행 어디 갈 거야?”

“샤누트 공항으로 갑니다.”

“연료 양은 얼마나 돼?”

“가득 채웠습니다.”

“오일 수치는?”

“6 정도 됩니다.”

“조심히 다녀와.”

“예썰!”


연료 양과 오일 수치만을 점검한 뒤 릭은 내 솔로 비행을 허락했다. 나는 칵핏에 올라 헤드셋을 끼고 체크리스트 순서대로 계기를 점검했다.


“Beacon On. Prime as Necessary. Mixture rich. Set throttle. Check area clear.”


고개를 돌려 왼쪽, 정면, 오른쪽, 후방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막 시동을 걸 찰나였다.    


“어? 왜 열쇠가 없지?”


난감했다. 열쇠가 없었다. 이미 비행기를 행어에서 꺼내 교관에게 부탁해 비행 전 최종 점검까지 마친 상태였다.


“아! 내가 정신 나갔구나.”


순간 행정 사무실에서 열쇠를 받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자책했다. 교관에게 서명을 받고 난 뒤 최종 점검을 받기 전에 먼저 열쇠를 챙겼어야 했다. 급하게 서두르다 생긴 큰 실수였다. 얼른 비행기에서 내려 사무실로 달려가 열쇠를 받아왔다. 랜든이나 릭이 행여나 눈치 채지 않았을까 가슴 졸이며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다행히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시동을 걸었다. 


"클리어 프롭!"


엔진이 굉음을 내며 강한 진동과 함께 작동하기 시작했다.

 

“Riverside Ground, Cessna 94658 run-up complete.”

-리버사이드 그라운드, 세스나 94658, 런업 완료.


“Cessna 658, number 2 contact tower number 1”

-세스나 94658, 대기 순서 두 번째, 대기 1번일 때 타워에 연락 요망.


“Number 2 contact tower number 1, cessna 658.”

-대기 순번 두 번째, 대기 1번일 때 타워에 연락할 것.


이륙 전 모든 점검을 마치고 막 활주로에 들어서기 직전이었다. 


그때였다. 싸늘한 기운이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찝찝했다. 분명 무언가를 빼먹은 느낌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으면서 이마에서 식은땀이 났다. 왼쪽 날개 아랫면에 붙어있는 피토관의 덮개가 제거되지 않은 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피토관 덮개-친절하게도 비행 전에 제거하란 말까지 쓰여있다


피토관(pitot tube)
: 속도계와 연결돼 관의 입구와 내부의 공기 압력 차이를 통해 속도를 측정하는 장비.


피토관 덮개를 벗기지 않으면 비행기의 속도를 측정하지 못한다. 


속도를 모르면 이륙할 때나 상승, 하강 시 스톨(양력을 잃고 자유낙하)에 걸릴 위험에 노출된다. 속도계가 고장 났을 경우에는 절대 비행을 해선 안 된다. 상황을 인지했을 땐 활주로 코앞이었고 내 앞에 비행기 한 대만 대기하고 있었다.


큰일이다. 어떡하지?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타워에 연락해 현재 상황을 전달하고 런업구간으로 돌아가서 덮개를 제거해야 했다.


런업구간
: 이륙 전 엔진 등 비행기의 이상 여부를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곳



그럴 경우 랜든에게 보고해야 하고 적어도 한 달은 솔로 크로스컨트리는 물론 훈련 비행까지 금지당할 게 뻔했다. 부리부리한 두 눈으로 날 꾸짖을 랜든의 얼굴이 떠오르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덮개를 낀 채 그냥 이륙할까? 샤누트 공항에 착륙한 뒤에 덮개를 벗기면 된다.
그러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피토관 덮개

정말 위험한 생각이었다. 그 사이 헤드셋으로 들려오는 관제사와 조종사의 오가는 대화는 나를 점점 더 옥죄어왔다. 이제 막 착륙한 비행기가 활주로를 빠져나가면 내 앞에 대기 중인 비행기는 활주로에 진입하고 나 역시 비행기를 전진시켜 이륙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왼 팔을 최대한 뻗었다. 하지만 내 손이 덮개까지 닿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급기야 아예 조종석 문을 열어젖힌 뒤 오른발로 두 러더를 밀어 브레이크를 밟아 고정했다. 천만다행으로 비행기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왼 팔을 쭉 뻗었다. 겨드랑이와 옆구리가 당길 때까지 최대한 몸을 늘렸다. 손끝에 덮개 고리가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내 앞의 비행기가 hold short line을 넘어 활주로로 진입했다. 바로 뒤에 비행기가 두 대나 밀려 있는 상황에서 얼른 내 비행기를 전진시켜 줘야 했다. 다리와 팔을 요가 동작하듯 다시 한번 힘껏 쭉 뻗자 덮개 끝에 달린 고리 끈이 손가락에 닿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고리 끈을 서너 번 잡아당기기를 반복한 끝에 덮개가 빠져나왔다. 천만다행이었다.


“살았다. 살았어. 이제 됐어.”


안도할 여유도 없이 문을 닫고 얼른 러더에서 발을 떼 비행기를 hold short line 앞까지 이동시켰다.      


“Riverside Tower, Cessna 94658, number 1 at runway 19R for flight following to Chanute.”

-리버사이드 타워, 세스나 94658, 활주로 19R에 1번으로 대기 중, 목적지 샤누트 공항.


“Cessna 94658, fly runway heading, runway 19R clear for takeoff.”

-세스나 94658, 활주로 방향으로 이륙 허가함.


“Runway 19R, clear for takeoff, Cessna 658.”

-활주로 19R, 이륙 허가 확인, 세스나 94658.


타워에 보고를 마치고 활주로에 들어섰다. 서서히 스로틀을 밀어 넣자 점점 가속도를 붙은 비행기가 빠르게 움직였다. 속도계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T’s and P’s green. Airspeed alive, RPM green.”


속도계가 55노트를 가리킬 때쯤 요크를 잡아당겼다. 비행기는 바퀴가 닿은 지면에서 천천히 떠서 청명한 하늘로 향했다. 속도계의 눈금이 67노트임을 확인하고 트림을 사용해 일정한 상승각을 만들었다. 그제야 여유를 찾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3분 전의 상황을 복기하며 나 자신을 반성했다. 무리하게 빨리 하려고 급하게 바삐 움직이다 벌어진 결과였다. 동체 점검부터, 열쇠, 피토관 덮개까지 사소한 것도 무심코 지나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서둘러 비행 한번 더하려다, 랜든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서 피해 가려다가 영영 비행을 접어야 할 뻔했다.



익숙함에 속지 마라.


수업시간에 밥이 늘 강조했던 말이었다. 사실 100여 시간 정도 비행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체크리스트 내용 대부분을 암기하게 된다. 매일 반복해서 보고 읽고 점검하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혼자 솔로 비행을 나갈 땐 체크리스트 내용 일부를 생략할 때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 파일럿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확인해야 할 부분을 안 하고 넘어가다 자칫 중요한 부분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천천히. 서두르다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배웠다. 그날 이후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불지 않던 포근한 봄날, 별다른 수업 계획이 없어서 새벽부터 일몰 전까지 비행 스케줄을 잡았다. 첫 비행을 마치고 비행기를 행어에 세워둔 뒤 두 번째 비행을 나가기 위해 공항 FBO에 전화해서 주유를 부탁했다. 학교 안에 들어가 포어 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플라이트 플랜을 제출하고 릭에게 비행해도 좋다는 서류 서명을 부탁했다. 보통 솔로 비행을 가기 전에 체크리스트 순서대로 프리 플라이트를 꼼꼼히 해야 하는데 이미 새벽 비행을 한번 하고 온 터라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부족해 대충 재점검을 마쳤다. 그날따라 많은 학생들이 줄줄이 비행을 나갔다. 릭도 귀찮았는지 세세하게 체크를 하지 않고 내 솔로 비행 서류에 서명을 해줬다. 교관의 서명은 단순한 사인이 아니라 해당 학생이나 비행기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본인이 책임을 떠안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의 파란색 캔버스에 하얀 물감을 휘저은 듯 맑은 하늘이었다. 툰지와 새벽비행 이후 솔로 크로스컨트리 비행까지 마친 상태였다. 오후 2시였다. 배가 고파 학교 앞에 있는 타코 트럭에 가서 브리또를 주문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다음 비행을 나갈 계획이었다. 그날따라 옆 학교 학생들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참이나 기다렸다. 주문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음식이 나왔다. 밥을 먹고 비행 갈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집에서 챙겨 온 견과류 하나와 브리또를 들고 칵핏에 올랐다. 4500피트까지 올라가 일정한 순항 속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했다. 그리고 트림을 이용해 요크를 고정한 뒤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식사했다. 땅콩과 호두를 애피타이저로 시작해 브리또를 먹었다. 늦은 점심이었지만 나름 괜찮은 기내식이었다.


남쪽에 있는 Pauls Valley 공항렀다가 돌아오는데 그날따라 해가 일찍 지기 시작했다. 저무는 태양의 햇살이 어찌나 강한지 선글라스를 껴도 눈이 부셨다. 코앞에 있는 공항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같은 시간에 복귀하는 비행기들로 트래픽은 꽤 복잡했다.


“세스나 94650, 교통량 때문에 360 회전을 하면서 대기해 줄 수 있어?”

“알겠다.”

솔로 크로스컨트리 비행 때마다 챙겨 먹었던 견과류 ‘기내식’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패턴에 진입하려던 순간 관제사가 대기할 것을 주문했다. 그의 지시대로 360도 회전하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서너 바퀴를 돌며 한참이 지났는데도 관제사는 내게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 내가 먼저 관제사에게 물었다.


“나 언제까지 돌아야 해?”

“응? 너 뭐하는데?”

“나 360 회전하라고 해서 계속 돌고 있잖아.”


비행기가 몰리면서 관제사가 까맣게 날 잊고 있었다. 눈도 부시고 아침 일찍부터 비행하면서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나는 얼른 착륙해서 집에 가고 싶었다.    


“지금 다운 윈드로 진입해.”


비행기는 주로 19L로 안전하게 착륙했다. 착륙 거리가 길어지는 바람에 제 때 활주로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평소와 다른 곳에서 관제사의 택시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리엣으로 이동해서 A2까지 이동해.”


나는 순간 내 비행기가 위치해 있는 곳이 19L란 사실을 망각했다. 오후에 바람 방향이 반대로 바뀌면서 덩달아 활주로도 바뀐 상태였다. 그 사실을 잊고 내가 있는 곳이 19L의 반대인 1R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돌아 빠져나가야 하는데 왼쪽으로 기수를 돌리고 있었다. 


“세스나 94650, 너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오른쪽으로 가야지.”

“어. 어...”


나는 재빨리 기수를 왼쪽으로 돌려 크게 반원을 돌렸다. 하마터면 활주로 침범으로 사고로 기록될 뻔했다. 관제사는 조금 전 내게 내려야 할 지시를 잊어버린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 했는지 큰 소리로 날 꾸짖었다.


“너 지금 큰 실수한 거 알지? 행어로 돌아간 뒤에 타워로 전화해.”


얘기를 듣는 순간 또다시 랜든의 얼굴이 떠올랐다. 며칠 전 한국인 유학생 C가 사이테이션을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비행기와 착각해 관제사의 지시를 놓치는 바람에 랜든에게 된통 혼이 났다. 그는 반성문을 제출하고 비행을 2주간 못하는 벌을 받아야 했다.


“아. 큰일이다.”


관제사의 지시는 같은 주파수를 이용하는 모든 조종사들이 동시에 다 듣다. 관제사가 실수한 조종사에게 질책하는 건 주변 조종사들에게 창피 주면서 체면을 깎는 행위다. 간혹 관제사와 조종사 사이에 교신을 주고받다가 감정이 상해 미묘한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는 관제사에게 면박당한 부끄러움보다 보다 랜든이 더 두려웠다. 행어에 비행기를 묶고 학교로 들어가려는데 미국인 교관 게이지가 날 불렀다.


“준, 위에서 다 들었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너무 피곤했나 봐. 제정신이 아니어서 길을 잘못 들려고 했던 거지.”

“일단 내가 타워에 연락할 테니까 그때까지 랜든한테 보고하지 마.”

“정말 그래 줄래?”

“그래. 걱정 마.”        


게이지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타워에 전화한 뒤 내게 바꿔줬다.


“여보세요?”


날 꾸짖던 그 목소리였다.


“너 아까 교관이랑 비행하고 있었어?”

“아니. 솔로 비행이었어.”

“근데 왜 그랬어?”

“눈도 부시고 몸도 너무 피곤한 상태라 방향감각을 상실했었나 봐.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주의할게.”

“그래. 알았어. 다음부턴 조심해.”

“근데 학교에 보고해야 돼?”

“아니. 안 해도 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랜든의 불호령 위기를 벗어난 사실에 기뻤다. 게이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차례 건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욕조에 목욕 소금을 붓고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웠다. 아슬아슬 넘칠 듯 욕조 가득 찬 물 안으로 발을 담그며 조심스럽게 등을 기대었다. 뜨거운 물에서 김이 올라오 눈앞이 흐릿해져 갔다. 긴장이 서서히 풀리면서 어깨부터 발끝까지 쌓여있던 피로가 녹아내렸다. 유학생활동안 이어온 나만의 피로 해소법이었다. 짓누르는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는 잠들었다. 30여 분정도 지나고 눈을 떴다. 물은 미지근할 정도로 충분히 식어 있었다.


오늘 왜 그랬지?


마지막 비행에서 한 실수를 머릿속으로 복기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세 번째 비행 전에 피곤함을 알아채고 비행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늘 지켜야 하는 자가 점검을 빼먹었다.


조종사들은 늘 비행 전에 스스로 IM SAFE란 점검을 한다. 각 단어의 앞 글자만 따서 만든 건데 이 점검으로 “나는 안전하다”란 확신이 들 때 비행을 나가야 한다. I는 illness로 현재 앓고 있는 질병이 있는지, M은 medication으로 졸음 성분이 든 약을 복용한 건 아닌지, S는 stress로 현재 내가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인지, A는 alcohol로 비행 전 8시간 이내에 술을 마셨는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4% 이상인지, F는 fatigue으로 내 몸이 피곤한 상태인지, E는 eating 혹은 emotion으로 충분히 영양을 섭취했는지, 혹은 내 감정이 안정돼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IM SAFE 테스트

I-illness

M-medication

S-stress

A-alcohol

F-fatigue

E-eating or emotion           

그날 점심도 먹지 않았고 앞선 두 번의 솔로 비행으로 몸도 지친 상태였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지만 욕심이 앞섰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비행 조종은 앉아서 손만 움직이면 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적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하지만 실제로 한 번 비행하고 나면 몸의 피로도가 상당하다. 중력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고 계기와 주변 상황을 늘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가 엄청나다. 또 헤드셋을 통해 관제사가 지시하는 것을 이해하고 복창해야 해서 신경이 늘 곤두서 있다. 조종사는 자신의 피로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어리석게도 학생들 사이에서 누가 몇 번 비행했고 얼마나 비행시간을 쌓았는지 경쟁하기도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돌이켜보면 상당히 멍청하고 위험한 짓이었다. 피토관 덮개 사건에 이어 또 한 번의 큰 실수를 깊이 뉘우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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