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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영 Jul 09. 2020

Part61 or Part141

"천천히 가는 것을 겁내지 마라"

미국 비행학교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비유하자면 자립형 사립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와 같다. 


Part 61은 유연하고 자율적인 커리큘럼이다. 교관과 학생 간 1대 1 과외 교육을 통해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기동 절차만 숙지한 뒤 미국 연방항공청(FAA) 평가관의 테스트를 받으면 된다. 

Part 141의 경우 FAA가 지정한 필수 교과 과정을 학생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은 스테이지 1, 2, 3 매 단계마다 평가를 받아야 하고 마지막 엔드 오브 코스를 통과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Part 141은 학교 내 FAA로부터 평가 자격을 취득한 교관이 학생들을 직접 평가한다. 또 이수해야 하는 수업내용과 기동 훈련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Part 61보다 좀 더 까다롭고 자격증 취득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과정 중에 무엇이 더 낫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대개 Part61 과정이 더 빠른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고 하지만 본인이 훈련받는 공항이나 FAA 평가관의 스케줄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Part 141 과정으로 자가용과 계기 과정을 마쳤다. 이론 수업을 포함해 자가용은 넉 달, 계기는 석 달 만에 끝냈다. 자가용 과정 교관이었던 툰지와 나는 아침잠이 없는 탓에 새벽 일찍부터 비행하면서 같은 기간 동안 다른 학생들에 비해 더 빨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반면 사업용 과정은 Part 61으로 자격을 취득하는데 다섯 달이 걸렸다. 나쁜 날씨와 교관과의 불화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됐다. 효율적인 면에서는 Part 61이 나을 수 있다.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것들만 익힌 뒤 평가를 보기 때문에 비용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Part 141보다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살면서 내가 깨달은 사실 하나는 효율적인 게 반드시 옳은 건 아니라는 거였다. 조금 느리거나 덜 효율적이라도 내가 가는 길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더 중요하다.

리버사이드 플라이트 센터 전경

리버사이드 플라이트 센터 비행 경력 40년의 미국 대형 항공사 베테랑 기장 출신의 교관 밥이 있었다. 늘 환한 미소를 입가에 담고 있는, 인자한 백인 할아버지였다. 이론 수업 과정에 간간히 그가 들려주던 항공사 생활과 보잉 기종에 대한 일화들은 비행에 대한 재미와 관심을 더 갖게 했다. 또 파나마와 인도, 대만, 스리랑카 등 다른 나라 유학생들과 공부하고 비행하며 함께 보낸 시간들은 소중한 추억이 됐다. 처음부터 Part 61로 배웠다면 이런 것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멀리 보면 인생은 결승점에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느냐보다는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갖고 그 긴 여정을 얼마나 즐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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