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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스타 Jul 10. 2020

[신혼일기] 넌 나의 최고의 친구야!

우리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파도를 타자.

내 인생에 이토록 기뻤던 날은 없었다. 이토록 기쁜 감정을 어디에 자랑할 수도 없고 나의 일기장, 익명이 보장되는 브런치에 기록한다.



https://youtu.be/RWDsZODMc7o


워니와 나는 이미 혼인 신고를 마쳤지만, 이미 함께 살고 있지만, 결혼식은 아직이다. 물론 결혼식을 안 하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가 결혼식을 아직 치르지 못한 건 바로 코로나 때문이었다. 올초 3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은 코로나로 미뤄졌고, 드디어 다음 주면 결혼식을 마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부부 됨을 알리는 날이 찾아온다.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워니의 프러포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프러포즈는 내가 해도 되고, 한편으로는 그것이 워니의 사랑을 증명해주는 일도 아니기에 넘어가도 되는데 내가 기다렸던 이유는 따로 있다. 평소 워니는 사랑고백에 영 쑥스러움이 많아서 사랑해라는 직접적인 말보다 다른 모습으로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동네에서 내가 재미있게 적응하길 바라며 자전거를 사주고, 걷기 좋은 길을 찾아주고, 맛있는 떡볶이 집을 알려주고, 집에서도 즐겁게 보내라며 우리 집을 하나하나 기획하여 만들어준 그런 사람이다. 나에겐 이렇게 완벽한 사람인데 자꾸 바라게 된다. (ㅎㅎ) 이런 워니의 모습이 내겐 딱이라 8년째 뜨겁게 좋아하고 있지만, 왠지 워니가 용기를 내어 내게 함께 살자고 이야기해주길 기다렸던 것이다. 


평일에 한 번은 꼭 외식을 하자는 약속대로 이번에도 우리는 외식을 하러 나갔고, 평소와 이상한 건 느끼지 못한 나는 어쩌면 프러포즈를 받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서운한 마음을 안고 식당에 갔다. 그런데 웬걸, 식당에 들어가 다시 안내를 받고 프라이빗한 룸에 들어가게 되었다. 워니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평소처럼 화장실에 갔고, 연이어 사장님이 들어와 "영상을 봐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그러더니 화면엔 8년 전 처음 만난 우리가 피렌체 어느 거리에서 보았던 공연 그대로의 한 장면이 나왔다. 나는 화면 속으로 빠져들어갔고 이어져 나오는 워니가 만든 영상 속 우리의 사진들과 아래 자막으로 나오는 편지를 읽어나갔다. 편지 내용은 아주아주 워니답게 다정하고, 성실하고, 따뜻했고, 듬직했다. 



8년의 시간 동안 우리에게는 힘든 시간도 찾아왔었다. 갑자기 워니는 아팠고,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내가 지켜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힘겹고 간절한 시간을 함께 이겨내면서 세상에서 중요한 건 별게 아니라는 것, 행복은 별게 아니라는 걸 같이 느꼈다. 가끔은 서로가 현실에 힘들고 지쳐 속상할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가 보내온 추억들과 함께할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간절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현명하게 잘 이겨 나아가고 싶다. 이제는 부부로서 행복하게 서로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일상을 재미있게 채워나가고 싶다. 


최근 워니는 3년 차 정기검진을 감사히 마쳤다. 연애할 때 정기검진 날이면 워니는 혼자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나는 일을 마치고 검사 결과를 받기 직전에 만나 결과를 듣곤 했다. 모든 걸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살게 된 이후로 맞이한 정기검진 때는 달랐다. 함께 서울로 올라갈 표를 끊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후딱 준비하고, 버스를 타고, 버스 안에서 걱정과 떨림을 안고 기다리고, 병원에 도착해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기다렸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아, 이런 게 부부인 걸까? 함께 파도를 맞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애할 땐 처음과 끝을 함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워니가 혼자 파도를 맞다가 나중에 내가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파도를 맞는 것! 이것이 이제 막 4개월 살아본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부부인 것이다. 


하루하루 함께 지내며 맞춰가고, 문득 잊고 있던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날이면 잊지 않고 떠올린다. 워니는 나에게 최고의 친구라고. 우리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파도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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