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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스타 Aug 16. 2020

[신혼일기] 코로나 속에서 결혼식을 하며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었던 이유

2020년 7월 18일, 코로나 속에서 우리의 결혼식은 무사히 끝이 났다. 3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이 코로나로 7월로 연기되면서 나와 남편은 미리 3월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미리 살기를 하면서 각자 새로운 환경에 미리 적응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가까이에 있어 서로에게 깨닫지 못했던 애틋함을 하루라도 빨리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1: 부모님>


나에게 결혼은 독립이었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적인 독립은 했지만, 여전히 집에 얹혀살며 밥을 얻어먹고 공짜로 집에 얹혀살았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 독립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에겐 나의 독립이 기쁘기도 하면서 언제 내가 이렇게 컸을지 대견스러우시다가도 자신의 역할이 거의 끝났다는 생각에 허전함과 허무함이 밀려올 것 같다.

     

결혼식을 마친 내가 느끼는 부모님을 향한 마음 단 한 가지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라는 마음을 한편에 지우지 않고 꼭 끌어안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움을 지우지 않고 늘 한편에 자리 잡게 하는 일인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독립한 이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스무 번 생각하던 그리움이 한 번으로 줄어드는 날도 올지 모른다. 이것이 부모 품을 떠나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자식이 지는 사랑의 빚인 걸까. 보고 싶다. 그런데, 떠나 있는 이 순간은 슬픈 그리움이 아닌 기쁜 그리움이다. 기쁜 그리움을 안고 전화를 건다. “엄마 아빠 사랑해! 보고 싶었어!”          



<2: 친구들>


결혼식 전야에 쓴 글에도 있지만, 결혼식에 초대한다는 것이 참 미안했다. 그중엔 갑자기 아파서 수술을 앞둔 친구들도 있었고, 이제 막 아이를 낳아 기르기 시작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와준 한 명 한 명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뿐이다. (실제로 퇴장할 때 나는 인사만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실제로 보면 웃기다!) 인생에서, 이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 앞에 축복받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순간이 결혼식 말고 또 있을까. 그 순간을 축복해주기 위해 와 준다는 가슴 벅찬 감사함, 그 자체였다.      


이들을 향해 느낀 단 하나의 감정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나는 감사함을 빼놓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감사함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추억으로 연결되어 있는 단단한 관계들, 일을 통해 고락을 함께 하며 연결된 관계들, 20대 방황하던 나의 모습을 지켜봐 준 관계들. 시간으로 연결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관계들을 떠올려 보고, 그들의 아낌없는 축하의 마음을 통해 ‘우리가 참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산다는 게 별거 아니구나, 기쁜 일 슬픈 일 같이 겪어가며 지켜봐 주는 것, 그거면 되는구나’ 싶었다. 경험해보니 이제야 알겠다. 나보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마음도 이렇게 고마움으로 가득했겠구나 싶어서 앞으로 결혼할 친구들에게는 더욱더 아낌없는 축하를 해주고 싶어 진다. 기쁜 일, 힘든 일이 있을 때 더욱 진심을 담아 함께 기뻐해 주고 힘들어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3편 : 남편>


나는 감히 말한다, 결혼은 로또라고.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남자가 내 인생에 찾아와 나를 이토록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지, 내 인생은 남편으로 인해 로또를 맞았다. 슬픔 속에서도 우리는 기쁨을 찾을 수 있고, 힘듦 속에서도 우리는 감사함을 찾을 수 있다. 신혼여행을 가서도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우리는 최고의 콤비라고, 우리는 최고의 “유머” 콤비라고.     


8년의 연애가 지금까지 이어져 결혼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요인이 있었겠지만 큰 것 한 가지를 뽑자면 나는 우리 서로 통하는 유머의 역할이 컸다고 말할 것이다. 지난 신혼여행 때 제주도의 비바람을 뚫고 용눈이 오름을 오르면서도 그랬다. 비바람이 치고, 옷은 다 젖고, 바람이 하도 세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는데 우리는 빵빵 터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웃기지도 않는데 왜 그리도 신이 났는지. 힘들수록 발휘되는 우리의 유머 덕분에 재미있게 상황, 상황들을 헤쳐 나가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상황 앞에서도 그 유머를 잊지 않고 함께 나아가고 싶다. 각자 서로의 유머에 대한 책임을 잊지 않고,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함께 나누고 재미있게 살면 그것이 최고의 인생일 것이다.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나 역시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떠날지도 모른다. 이 경험은 우리를 더욱 단단히 연결시켜 줬고, 거창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닌 지금 바로 여기에서 찾으면 그만인 것이라고! 그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고! 너의 행복을 위해 나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며 살면 그만인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조금 더 일찍이 매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의 최고의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길 그린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을 만들어준 나의 부모님, 아끼는 친구들, 남편에게 앞으로도 줄 수 있는 사랑을 듬뿍 주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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