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경우
*이 글은 블로그에 게제된 글로서 블로그의 게시판 신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간 필자가 베타테스트의 일종으로서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별도의 게시판에 (게시판 종류를 클릭하셔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올리던 것을 공개 게시판을 만들어 올리려고 합니다. 그러기에 앞서 필자의 경험을 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우선 필자는 의대 졸업 후 인턴 후 레지던트 과정 중에 수련을 중단하고 우선 군의관에 왔습니다. 이는 경영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부시절부터 경영대학원에서 재무와 금융을 체계적으로 꼭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렵사리 의대에서 배우는 공부도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이 열망을 꺾을 순 없었나 봅니다.
당시 군에서는 대위 이상급 장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개의 대학원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팜플렛이 제 대대 의무실 구석에 놓여있었습니다. 당시 그 팜플렛에는 5개 대학원이 적혀있었는데 3개가 경영대학원이었고 그 중 재무와 금융에 특화된 곳이라고 한국외대 경영대학원 국제금융과정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전역하고 서울대나 카이스트 같은 전일제 경영대학원에서 제대로 공부하면 더 좋았겠지만, 직업을 투자금융업계로 가지지 않고 스스로 자립하여 운용하는 형태라면 굳이 학벌이 중요친 않고 배우는 내용이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군의관 도중 위 대학원 외 방통대 통계학과에서 석사 1개와 학사 1개를 받았지만 이는 의사로서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함이었지 재무금융에의 목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공식적 과정과 다르게 실제 해외/국내 파생 계좌를 개설하고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그대로 적용해 보는 것은 제 사고의 틀과 체계를 완전히 부수어 놓았습니다. 결정론과 입자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던 미숙하던 저는 확률론과 유체적, 체계적 사고의 관점을 다시 배워야했고 제 미숙했던 세계관을 버려야 했습니다. 리스크라는 개념을 알지도 못하고 인지하지도 못하던 철부지였던 필자는 처음으로 리스크라는게 실존하는 개념이고 어쩌면 수익률 자체보다 훨씬 중요한 개념이라는 걸 강제로 멘탈이 깨지면서 배워야 했습니다. 어쩌면 시스템 속에서 안전하게 노동하는 존재에서 먹고 먹히는 날 것 그대로의 자본주의로 들어온 것이겠지요.
그래도 꾸역꾸역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실제로 다 거래해보기 위해 애썼습니다. 파생의 스트레들, 스트랭글 등등 기본전략은 물론이고 옵션의 시간차 거래 등 여러 전략을 거의 모두 시험해보고 엑셀로 옵션 그릭 계산기도 만들어 적용해보았으며, 실제로 현대상산 부실채권을 헐값에 대량으로 사들여 부실채권의 주식 전환을 경험해보기도 했습니다. 1억으로 시작했던 자본금은 외가격 옵션 대량 매도 및 기가막힌 리스크 관리로 10억 가까이 불어났고 증권사 지점장은 미국채 30년물 옵션과 은선물 옵션을 제 요청에 따라 본사에 요청해서 뚫어주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10억 언저리에서 원유 옵션 매도를 대량으로 해놓고 잠들었던 2017년 3월 중순 바로 다음 날 10억이 하루만에 모두 날아가버린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 바로 전날 가든파이브 주변을 거닐면서 여기 아파트를 한채 사버릴까 고민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조차 몰랐던 것이죠. 리스크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아직도 입자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했었습니다. 외가격 옵션 매도에 병적으로 집착했었죠.
이 때 군의관 전역 후 저는 1년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1년간 일하며 제 세계관과 철학을 다시 정립해야 했습니다. 이 때 재정립한 세계관은 지금 제 삶의 기본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적인 세계관 체인지 경험을 30대 이후에 한 사람은 아마 극히 드물겁니다. 멘탈이 거의 부서지다시피 망가진 후 재건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모형 -무의식적으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으며 대개는 입자적 사고, 결정론적 사고입니다- 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했습니다. 그래야 세상과 자본시장을 이길 수 있으니까요.
이 때 전공할 과, 박사학위를 받을 학문분야, 평생 헌신할 학문분야를 정했으며, 제 세계관에 근거해서 도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연말에 자본운용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대량으로 자본을 잃어버리는 고비를 여러 번 겪었지만 이제는 이 정도면 세상에 내 견해를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는 되었다고 봅니다. 학술논문을 여러 편 쓰고 저널에 출판도 여러편 했지만 금융과 투자는 수익 외엔 검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수익이 가장 정직한 지표겠지요. 이 말은 제 지속적 수익 수준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돈이 아주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도 오늘 하루도 돈을 걱정하며 보냅니다. 다만 사업체가 비용을 제하고 영업이익을 남겨 사업을 영위하듯, 제 금융 사업체도 비용을 제하고 영업이익을 남겨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정도가 되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돈을 쌓아놓고 살진 않지만 지속적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제에 대해 앞으로 이 게시판에 쓸 내용은 정말 많고 무궁무진합니다. 간단히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면 금융수익으로 노동을 하지 않고 무노동 수익을 올린다는 건 다시 말하면 남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현대사회에서 삶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즉 이 사회의 노동시스템에 속해있지 않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 사회에서 금융수익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은 비율적으로 매우 소수만 되어야 하고, 그들은 스스로 알아야 합니다. 다른 이들의 노동력 기반 위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말입니다. 사실 그래서 저는 금융수익을 잘 버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숨겨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인타임을 보면 이런 시스템적 측면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는 결국 투자를 잘한다는 것, 금융수익을 잘 낸다는 것은 한 사회의 다른 플레이어들을 전략과 실행면에서 압도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금융시장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적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한 사회의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는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수익을 내 주머니로 옮겨온다는 것입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 시장의 전체 지표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률은 다른 참여자의 수익을 내가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현명하다는 말로 포장하더라도 말입니다. 따라서 결국에는 어떤 변화무쌍한 국면에서도 나와 가상의 체스를 벌이고 있는 이 사람들을 전략적으로 제압할 수 있어야 어떤 금융 시장의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결국 금융시장에서의 승패가 전략과 지식, 두뇌싸움으로 환원되는 이유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금융시장에서의 수익을 처음에는 시스템에의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돌고돌아 여러 경험을 하며 세계관이 완전히 부서지고 재형성된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이제는 시스템에 학술적인 측면에서 기여하는 직업활동과 학술활동을 서포트하기 위해 금융수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게 금융시장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이기고 시장을 이겨서 자본이익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제 행위의 최종 목적이자 정당화입니다. 그렇게 사회와 시스템에 기야하는 것이 제 인생의 최종목적입니다. 이만 줄이고 다음글에서 본격적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