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용이 높은 사회에서는 그 자체가 돈이다
필자가 사는 곳은 서울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 지역인데 구축과 신축의 전세가격이 같은 평수면 거의 10억 가까이 난다. 이건 25~35평 기준으로, 만약에 45평, 50평 이렇게 평수가 커지면 20억이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난 '얼어 죽어도 신축에 가겠다'면 못 말리겠지만 10억이면 연 6프로 채권에만 넣어두어도 이자가 1년에 6000만원이다. 한 달에 500만원이다. 필자는 이 돈을 차라리 구축에 살면서 이렇게 굴리는 게 개인의 재무관점에서 더 낫다고 본다. (다만 연 이자소득 같은 고정 금융 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가게 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이후 이자소득 분부터는 노동소득과 합산되게 된어 매우 불리해진다.)
그래서 이런 재무적 이익을 얻으려면 구축을 신축처럼 고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집값 높은 사회에선 집을 스스로 고칠 줄 알면 상당한 재무적 플러스 요인이 된다. 10억 여유돈이 있다면 거의 연 6000만원에 해당하는 이익을 보게 된다.
인테리어라는 게 견고해 보이지만 이것저것 실제로 내부 인터네리어들을 뜯어보면 사실 견고하지 않다. 오히려 인테리어는 만들어 가는 것에 가깝다. 강이 있으면 다리를 놓고, 황무지에는 도로를 만든다. 대부분 인테리어가 이런 식이다. 이게 뜯고 지지고 볶고 고치고 하다보면 대부분 결국 최초 의도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셀프 인테리어도 요령이 있어서 하도 많은 경험을 하다보면 어떤 처치 곤란한 부분은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 내리던가, 욕실에 바이오 실리콘 바르는 거 정도는 도사가 된다. 페인트 칠도 주변에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테이프 마스킹까지 해서 아주 잘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주거 비용이 높은 사회에서 인테리어를 고칠 줄 아는 능력은 그 자체로 매우 값어치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이 있고, 본인이 재무적 운용 능력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10억을 남기면 현재 시장 이자율대로라면 연 6000만원이다. 그래도 '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10억이 아쉬운 필자 같은 사람은 이렇게 여유돈을 만들어 자본주의자의 길을 걸어나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