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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30. 2024

건설현장 근로자의 건강위험: 크게는 분진과 소음

더 나아가면 각종 유기용제, 화학물질, 자외선, 고온 및 폭염, 안전사고

그 동안 필자가 적은 직업의학 및 환경의학 내용은 사실상 총론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각론에 해당하는 각 유해인자 노출과 그에 따른 직업병 및 환경병에 대해서는 다룬 바가 없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 부분을 다뤄서 장기적으로는 대중이 직업의학 및 환경의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대중서를 하나 출판해 보려고 한다. 


사실 각론 부분을 제대로 다루기 시작하면 매우 지루하고 독자 입장에서는 하품만 나올 수 있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하면 굉장히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총론만 다룰 수는 없는 법이고, 독자들이 현실에서 부딪칠만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각론을 서술해보기로 했다. 즉 일반인들이 쉽게 눈치채고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유해인자와 그에 노출되는 노동자 및 일반 시민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검진해서 직업병 및 환경병을 잡아내고, 예방 대책을 수립하는지까지 말이다. 


우선 건설현장 근로자를 좀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반인들은 아파트나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 완성된 건물에 들어가 보기 때문에 이 건물들이 지어지는 중간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포장 도로 황무지에 2층 짜리 컨테이너 임시 가건물이 들어서고 (건설 현장 본부), 여기를 기점으로 기초공사부터 수 많은 공사들이 줄지어 수행되고, 최후에 인테리어 마감까지 이루어지는 현장을 보다보면 이게 건설현장 근로자라는 사람을 갈아서 만드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중간에 그 근로자들의 건강이 점차 훼손되는 걸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크게는 각종 분진 (산화규소 결정체, 디젤엔진 배출물, 아스팔트 흄, 석면), 소음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 먼저 분진을 이야기해보면 분진이 [1] 단순히 폐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2] 더 나아가서는 어떤 호흡기 질환들을 일으킬 수 있고 [3] 최후에 더 심하게는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폐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숨을 들이 마쉬는 쪽에서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제한성 폐기능 장애), 숨을 내쉬는 쪽에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폐쇄성 폐기능 장애). 계속 이런 호흡성 분진들에 노출되다면 단순히 이런 폐기능 장애들을 넘어서 어떤 질병 상태가 발현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폐기능 검사에서 정말 심각할 정도로 이상이 나타나고 명백한 질병의 징후 (sign)들이 이학적 문진과 검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계속 분진에 노출되면 간질성 폐질환으로 (interstitial lung disease) 제한성 폐기능 장애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고, 혹은 만성폐쇄성폐질환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나 폐기종 (emphysema) 같이 폐쇄성 폐기능 장애가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최후에 발암물질들이 계속 유입되고 1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치면 폐암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특히 결정형 유리규산 (crystalline silica)과 석면 (asbestos)이 심각한 위협이다. 석면은 특히 공기 중 fiber 1개만 폐로 들어가도 중피종 (mesothelioma)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취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물질이다. 가끔 재건축 철거현장 등에서 기존에 석면을 이용하여 지었던 건물의 경우 특수 해체 업체가 투입되는데 완벽하게 석면 fiber가 기중에 비산되는 것을 막지 못하면 인근 거주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 


소음도 심각한 위협이다. 대개 건설현장은 엄청난 소음들이 발생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안 좋아지기 마련이다. 이를 소음성 난청이라 부른다. 현재 난청은 현대의학으로 치료방법이 없다. 즉 예방이 최선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현장에서 지급되는 3M 귀마개 같은 것을 끼면 완전히 소음성 난청이 예방이 될까? 전혀 아니다. 귀마개는 소음을 조금 줄여주는 역할은 하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그래서 필자는 사후관리에서 귀마개를 믿기보다 최대한 소음을 피해다니라고 교육한다. 소음을 피하지 못하는 부득이한 경우엔 귀마개라도 껴야 하지만 처음부터 소음이 발생되지 않게 하거나 피해다니는게 더 낫다는 것이다. 매년 청력검진을 통해 소음성 난청의 진행상황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 부터는 이런 근로자가 소음 발생 작업에 더 이상 종사하지 못하도록 직무 전환 등의 소견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 외에도 중량물 작업이나 몸을 쓰는 작업이 많다보니 근골격계 질환도 단골 손님이다. 필자는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위원으로서 직업병 여부에 대한 판단도 표결을 하는데 (매 회의당 위원 6명에 위원장 1명), 근골격계질환은 정말 항상 나온다. 현재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는데, 이 부분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유기용제, 각종 간독성-신독성 화학물질도 큰 유해인자이다. 간기능검사와 신기능검사가 루틴으로 들어가는 공정들이 있는데, 이런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에 음주 등의 개인적 소인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심각한 이상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해당 유해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면밀히 설명해주어야 한다. 


혹서기에는 폭염, 고온, 자외선 등도 큰 유해인자다. 특히 기후변화와 함께 폭염과 고온은 심각한 위협이고, 자외선 등으로 피부암 등의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 피부암은 최근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야외에서 일하는 전기배선근로자의 경우 직업병 인정이 된 케이스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특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용접공의 자외선 노출 등도 전통적인 유해인자이고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으면 백내장 등이 조기에 발생할 수 있다. 


이상 간략하게 건설업 근로자의 굵직한 유해인자 노출과 그에 따른 직업병에 대해 알아보았다. 제대로 서술하려면 교과서 1000페이지로도 모자라는 내용이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목적의 글인 만큼 간략하고 읽기 쉽게 서술하였다. 앞으로 우리가 사회에서 흔히 마주치는 직종들별로 이렇게 간단히 노출 유해인자와 그에 따른 직업병들을 서술해보고 현행 특수건강검진이 근로자의 건강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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