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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Sep 10. 2024

소음성 난청 근로자에게 귀마개 권고해도 소용없는 이유

현장의 logic은 다르다 (현장과 이론의 차이)

건설현장에 설치되어 있는 전형적인 안전보건교육장.


건설업은 사회가 선진국에 접어들어서도 완전히 없어질 수가 없는 산업이다. 즉 건설업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계속해서 수요가 있고, 노동자가 필요한 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건설업 근로자에게 고질적인 직업병이 있으니 바로 소음성 난청이다. 소음성 난청은 감각신경성 난청의 일종으로 (난청은 크게 감각신경성 난청, 전음성 난청, 혼합성 난청으로 나뉜다.) 소음에 노출되면 신경 세포 자체가 망가져서 생기는 병이다. 전음성 난청 부분이 섞여있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도 소음의 영향은 독립적으로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 이제 일반 의사들이나 특수건강검진을 수행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은 소음에 노출되서 소음성 난청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직전 단계에 있는 소음성 난청 주의단계의 환자나, 이미 소음에 상당기간 노출되어 소음성 난청이 생긴 환자에게 3M 귀마개 같은 청력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일하라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건설현장 수백군데를 다니며 건설업 검진을 현장에서 직접 하다보면 이 권고가 좀 현실과 동떨어진 권고인지 알게 된다.


이런 3M 귀마개를 건설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우선 귀마개를 쓰면 동료 건설 작업자들 간에 소통이 안 된다. 그러면 일이 진행이 안된다. 따라서 귀마개를 써야한다는 것은 알지만 감수하고서 그냥 작업하는 것이다. 귀마개를 쓰고 수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귀마개를 쓰라고 권고하는 것은 최소한의 방어조치고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현실과는 좀 괴리가 있는 조치라는 것이다. (물론 매년 청력 검사를 받으며 소음으로 인해 청력이 얼마나 어떤식으로 나빠지는지 확인하고 소음성 난청 주의단계나 소음성 난청 발생시 고용노동부가 이를 인지하고, 환자 본인이 인지하는 것은 질병 관리에 매우 중요하긴 하다.)


다음 역 피라미드는 산업안전보건에서 hazard control에 사용되는 hierarchy of control을 보여준다. 위의 넓은 부분이 가장 효과적인 intervention이다. 우선 소음이 발생되는 공정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게 안 되면 다른 소음이 적은 공정으로 대체하는 게 좋고, 그것도 안 되면 공학적 대책으로 소음이 발생되는 구조 자체를 교정하는게 좋고, 그것도 안 되면 관리적 대책으로 사람들이 일하는 순서를 바꾼다던지 하는 것이고, 이것들이 모두 소용 없을 때 마지막으로 하는 것이 개인보호구, 즉 귀마개이다. 하지만 이 귀마개란 것은 소음을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소음성 난청 주의단계와 소음성 난청이 발병하게 된다. (건설업에서 위의 네 단계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매우 적다. 소음을 일으키지 않고 건물을 올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보건에서 hazard 관리를 위한 hierarchy of control


결국 건설업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근로자의 청력을 손상시켜가며 건물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즉 건물은 건설 근로자들의 청력 포함 여러 건강을 손상시키는 대가로 사회가 얻게 되는 생산물이란 것이다. 일반인들은 이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건설현장에 가보면 특히 지방 사업장들은 대개 외국인 근로자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청력과 건강을 (특히 폐기능 저하와 폐질환, 근골격계 질환들) 희생시키는 대가로 우리는 건축물들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체 그림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청력보호구를 쓰더라도 청력저하를 완벽하게 막기 어렵고, 또 청력보호구를 쓰면 건설 근로자들 간에 의사소통이 안 되어 작업 진척이 더뎌지거나 어려워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현장과 이론의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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