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난 주에 화성시에 있는 중소규모 제조업체 검진을 진행했다. 이 병원에 와서 평소에는 건설업 검진을 진행했고, 제조업은 대부분 대기업의 큰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해서, 사실 중소규모 제조업체는 많이 가지 않았었다. 이 제조업 공장은 화성시 공단에서도 구석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확실히 중소규모 제조업체였다. 그런데 의외로 검진 인원이 한 150명 정도로 꽤 많았는데, 하나같이 만성질환관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150명 특수/일반 건강검진에서 재검만 50명 가까이 낸 것 같다. (재검은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정해놓은 가이드라인대로 내게 된다.)
문제가 무엇인가? 건설업의 경우는 원청이 대기업이기도 하고 중소하청업체의 경우 원청이 책임지고 관리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건강관리가 잘 된다. 무엇보다 건강근로자효과 (healthy worker effect)라고해서 애초에 건설업은 건강한 근로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따라서 애초에 근로자들에게서 질병 자체가 잘 없다. 그리고 만성질환 조금만 생겨도 대기업 건설사 원청 보건관리자가 붙어 계속 동네 병의원가서 관리 받으라고 쪼아대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건강관리가 매우 잘 된다.
하지만 중소규모 제조업체는 일단 건강근로자효과가 잘 없다. 제조업 근로자는 건설업과 다르게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건강하지 않아도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하는데에 문제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근로자들도 오게 되는데, 문제는 이런 중소규모 제조업 사업장의 경우 보건관리자의 근로자 건강관리도 타이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안전보건공단의 근로자 건강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수준도 높지 않아, 평소에 건강관리의 필요성이나 만성질환 여부에 대한 스크리닝 및 약물치료 등에 대한 지식 자체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이다.
중소규모 제조업체도 이럴진데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각종 규제가 면제되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의 건강관리 수준은 얼마나 좋지 않을 것인가.
결국 이런 부분들을 사회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런 중소규모 제조업체 근로자들의 건강관리 수준, 만성질환이 방치되는 현상만 개선해도 국민건강수준의 극적 향상, 그리고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들이 오랫동안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근간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어 이제 고령 근로자들의 노무제공이 매우 중요해지는 사회이다.)
핵심은 중소규모 제조업체 사업장의 사회경제적 수준 (socioeconomic status)이 낮은 사람들의 만성질환을 (대표적으로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확실하게 관리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향후 우리나라의 고령 근로자들의 사업장 노무 제공 가능성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