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혼인율과 출산율이 저하되는 것을 두고 심각한 위기라니 곧 대한민국의 붕괴가 일어난다느니 하는 우려가 많다. 이는 일견 합리적인 추론인 것이 인구 통계, 출산율 통계를 보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 직접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주변만 봐도 혼인, 출산이 필수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선진국은 원래 혼인율과 출산율이 낮다. 서구권을 보면 혼인하지 않고 동거하거나 혼인하지 않고 아이를 양육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가정 형태가 남편-아내 + 자식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가정도 많다. 그럼 그 쪽이 잘못된 것인가. 그게 아니라 원래 선진국으로 접어들면 과거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유형, 무형의 제도적 속박을 받지 않아도 되기에, (개인의 자유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가정과 출산율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생각해보자. 예전 조선시대에는 결혼 안한 처자는 얼굴도 밖에 못 드러냈고, 아직도 아랍은 이런다. 필자의 젊은 시절에는 아랍에서 환자들이 와 있는데 채혈한답시고 벌컥벌컥 문 열고 들어갔다가 챠도르를 벗고 있는 보호자를 보고 환자에게 항의받은 적도 많다. 아직도 중세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로 오면서 이런 속박들이 하나씩 없어지고 자유가 신장된다. 최근 보이는 혼인과 출산에 대한 태도 변화도 비슷한 흐름으로 봐야한다.
사회가 원래 전근대적 일때는 이 사회의 function을 유지하기 위한 온갖 종류의 속박이 필요하다. 잘못 관하면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조선시대 시골마을에서 외지인을 차별하고, 텃세를 부리고, 이동이 제한되어 있고, 이런 것들이 다 과거의 관습이다. (물론 지금도 이런 곳이 남아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침략을 받거나 마을이 와해되거나 하는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럴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사회는 잘 굴러간다. 따라서 점차 개인을 속박하는 것들이 없어지고 자유가 늘어난다. (단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늘어난다. 우리나라도 1950년대에서 2020년대로 오면서 개인의 자유가 획기적으로 신장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야간 통금령이다.)
개인이 마음껏 자유를 누려도 사회가 유지될 정도로 성숙하고 올라왔기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이고, 인간은 원래 그 본성이 자유롭게 살고 좀 심하게 말하면 방탕하게 (?) 산다. 그게 원래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따라서 혼인, 출산율이 저하되고 개인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프랑스처럼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출산, 복지 행정의 기조가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일을 마치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지 말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의 기능을 유지하고 고차원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