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게임을 상당히 좋아했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두뇌의 휴식과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공부만 계속하다보면 비슷한 자극에 뇌가 지루해하고 정보가 잘 안 받아들여졌을텐데, 게임을 하는 시간이 다른 활동으로서 두뇌를 쉬게 해 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육체 노동자 말고 지식 노동자의 휴식은 두뇌를 다른 활동에 투입함으로써 얻어진다는 뇌과학의 이론이 있다.)
글을 쓰는 건 고도의 지적 활동이고 필자의 느낌으로는 학술 저널에 투고할 논문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뇌의 부위가 활성화 되는 것 같다. 일종의 청량감과 상쾌함이 같이 느껴지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면서 블록 쌓기를 할 때와 같은 기분 좋은 질서의 느낌이 든다. 독자를 설득하려는 글을 쓸 때 문단의 배치를 결정할 때는 그 어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보다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지인들에게 적극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꼭 객관적,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정보를 전달하는 글만 써야하는 것도 아니다. 브이로그 같은 걸 현대인들이 왜 즐겨보겠는가. 그냥 멍 때리면서 남이 어떻게 사는지만 구경해도 재미있는 그런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인들의 블로그에 들어가 포스팅을 읽는 걸 좋아했는데, 별 몰라도 될 시시콜콜한 사적인 이야기들을 해 주어서 그게 재밌어서 봤던 것 같다. 지금도 에세이나 소설, 이런 류의 책들이 판매 상위에 올라가 있는 것도, 사람들이 꼭 실용적인, 생활에 도움이 될 정보들을 담은 글만 찾지는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사실 필자가 쓴 글을 굉장히 뿌듯하게 생각하고 여러 번 혼자 읽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 생각이 정리되어서 이렇게 글이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된 문서가 뿌듯하기도 해서 읽어본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휴식수단이 아닌가. 게임처럼 게임회사가 정해놓은 규칙대로 플레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게임이 질리게 만드는 1차 요소이다.), 내가 규칙을 정하고 전략을 짜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심지어 어떤 신체적, 재무적 리스크도 없다. 글을 쓰느라 들인 시간과 약간의 컴퓨터 전기료만 사용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 글을 써보는 것으로 다른 취미활동을 대체하는 것은 어떤가. 최소한 온라인 게임보다는 재미있는 활동인 듯 하다.
블로그 글: 글을 쓰는 건 상당히 창조적인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