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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주영 Mar 28. 2021

미천하게 살기로 마음먹기

그럴 수 있을까, 그래야 할까

여럿이 모인 술자리에 다녀왔다.


생각했다.


자기애든 자존심이든 어떤 행동의 원동력이 된다면 그것도 좋겠구나. 외로움이든 허영심이든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면 차라리 그거라도 있으면 좋구나. 막연해도 단순해도 그냥 살아있는 이유가 있다면 그거면 되는구나.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움직이면 내가 초라해지니까, 외로워서 사람을 만난다면 상대방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거니까, 막연하게 살면 지금까지 살던 일의 반복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그러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이유도 목적도 다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받아들여야 계속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자존심 때문에 열심히 사는 열등한 물건이라는 것을, 외로워서 사람을 찾는 초라한 생명이라는 것을, 단순하게 살던 대로 사는 보통의 엑스트라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나아가면서, 이런저런 사람과 여러 가지 일을 마주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초라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 난 죽고 싶어 진다는 것을, 멋있고 떳떳하기보단 볼품없이 당당해야 나는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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