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지던 결혼 3년 차에 우리는 2년간 마흔다섯 채의 단독주택을 둘러보았다.
분당, 오산, 동탄, 평택까지 새로 짓는 부지와, 새로 올라오는 매물 등.
단독주택은 절벽에 지어진 곳도 있었고, 마당이 세모모양의 뾰족한 곳, 집안에 평상이 있는 등 아파트에선 상상도 하지 못한 구조의 집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우리가 찾은 집은 살고 싶었던 동네에 있었다.
지층에 넓은 거실과 부엌이 있는 계단이 많은 집이었다.
집을 보러 가면 자꾸 밤에만 보여줬다. 밤에 본 집은 아늑하고 분위기 있으며 적당한 직사각형의 예쁜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낮에 다시 본 집은 시선이 닿는 모든 벽지에 곰팡이가 펴있었다. 정원에는 왕거미들이 집을 짓고 있었다. 우리는 집주인에게 도배를 요청했고, 지지부진한 말들이 오간 뒤 그들끼리 합의를 해서 도배를 해주었다. 내가 도배기사를 알아보고 공사까지 진행하는 조건으로.
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원목의 예쁜 현관문을 보며 좋은 점도 있지.
이 원목 현관문을 열면서 시작하는 하루를 상상하면서 적응을 시작했다.
아파트에서의 생활과 단독 주택의 생활은 완전히 달랐다. 겨울엔 너무 추웠고, 문은 얼어붙어 열리지 않는 날도 있었다. 몸으로 부딪쳐도 보고 드라이기로 녹이기도 했다.
눈이 오면 쓸고, 또 쓸었다. 봄이 되면 여름이 오기 전에 벌레 약을 잔뜩 쳤다.
벌레가 많다는 말을 듣긴 했었지만, 단독주택의 벌레는 상상초월이었다.
남편은 너무 많은 벌레를 죽였다고 죄책감까지 느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점점 주택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아침에 눈뜨면, 샤워하고 걸어서 20분, 뛰어서 10분 거리의 헬스장에 갔다.
산에서 뛰어 내려갈 때마다 알프스 하이디가 떠올랐다. 매일 아침 산에서 마을로 뛰어내려 갔다는 하이디.
매일 헬스를 가고, 매일 밥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이사 와서 정한 규칙이었다.
매일 가는 장소가 동네에 정을 붙이게 만들었다. 정이 들자 안정감이 찾아왔다.
이전 동네에서는 4년을 살아도 정이 안 붙었다. 익숙하고 추억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언제든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그건 ‘사는 곳과 친해지지 않아서’ 오는 감각이었다. 사는 곳과 친해진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늘 새로운 사람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그곳에서 추억이 쌓여가니까. 동네와 친해지는 건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생기는 건 줄 알았다.
매일 가는 헬스장에 내 떠돌던 마음이 정착했다. 남들은 가기 싫어 억지로 하는 곳인데, 나에겐 마음의 쉼터가 된 거다.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혼자 일해서 그런가. 매일 간다는 것만으로도 소속감을 느꼈다.
운동이 주는 안정감에 빠져들며 집착하듯 주 6일 운동을 했다. 매일 뛰어내려 가 몸을 풀고, 배운 것들을 차례대로 하고 트레드밀을 걸었다. 5.5 속도로.
헬스장 앞에서 숨겨진 맛집도 찾아 매주 포장해 갔다. 샐러드 파스타 집이었다.
세상이 자꾸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 동네 괜찮지 않아? 어때? 마음에 들어?”
“응 마음에 들어.”
이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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