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라진 동네 가게, 코첸미미스

by 박정윤

이사 온 지 4개월쯤 지났을 무렵 집 앞 헬스장을 다니며 그 앞에 있는 가게를 기웃거렸다.

문 밖에서 메뉴를 유심히 보고, 검색을 해보니 샐러드와 파스타와 음료들을 파는 식당이었다. 이때만 해도 샐러드를 사 먹어보지 않았어서 샐러드를 저렇게 파는 게 신기했다. 후기 사진에 있는 샐러드가 너무 맛있어 보여 한번 먹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사장님은 샐러드를 주문받자 주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굽는 소리와 맛있는 냄새를 풍기다 나오셨다. 가게에는 외국에서 온 것 같은 식초와 향신료병 같은 것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유리진열대에는 토마토와 자몽등이 쌓여있었고, 플라스틱 통에 샐러드 소스들이 잔뜩 담겨 있었다.

볼 때마다 가득 차 있던 바구니

“무슨 소스를 드릴까요?”

“어떤 게 맛있나요?”

“레몬비니거와 이건 조금 매콤한 마요소스인데 같이 드셔보세요. “

나보다 언니처럼 보이는 여자사장님은 항상 소스를 두세 개를 챙겨주셨다. 이거랑도 드셔보세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그 뒤로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소스들

여기서 사 먹은 새우샐러드는 아주 통통한 붉은 새우 네 마리를 구워 올려주셨는데, 도대체 어떻게 만드신 건지 내가 하면 그 맛이 안 난다. 계절에 맞춰 들어가는 버섯과 과일과 채소들이 바뀌었고, 그게 좋았다.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매번 굽고 요리해서 주던 샐러드

몇 번 그곳을 이용해 보고 남편도 데려가고,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예약도 했다. 그곳에서 파는 파스타가 궁금했다. 아주 작은 동네 샐러드 가게라고 믿을 수 없는 파스타를 먹고, 사장님은 이브라고 서비스로 샐러드와 티를 주셨다.

내가 하면 이맛이 안 난다. 비법이 뭐였을까

작은 가게에는 우리만 있었다. 봉골레 파스타에서는 독특한 향이 났는데, 물어보니 이탈리안파슬리라고 하셨다. 우리는 분명 요리를 공부하신 셰프님이 틀림없다고 속닥거리고 행복한 이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몇 달 후 코첸 미미스는 문을 닫았다. 2월부터인 언제부턴가 가게 문을 간헐적으로 열기 시작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문 앞에 붙여놓은 하얀 종이와 함께 사라졌다.

한 번만 열었다면, 어디로 가시는지 왜 문을 자주 열지 않는지 물어봤을 텐데.

인사를 못 드린 게 아쉽다.

분위기에 취해 남편과 사진도 찍었는데..


나는 그 뒤로 종종 샐러드를 사 먹게 되었고, 가끔 코첸 미미스를 떠올린다.

예쁜 식기에 고급스러운 포크와 나이프를 내어주시며, 별거 없는 동네 마실 나온 손님들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는 기분을 만들어 주던 곳.


또 하나의 내 보물창고가 없어진 것 같았다.






©Jeongyoo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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