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4개월쯤 지났을 무렵 집 앞 헬스장을 다니며 그 앞에 있는 가게를 기웃거렸다.
문 밖에서 메뉴를 유심히 보고, 검색을 해보니 샐러드와 파스타와 음료들을 파는 식당이었다. 이때만 해도 샐러드를 사 먹어보지 않았어서 샐러드를 저렇게 파는 게 신기했다. 후기 사진에 있는 샐러드가 너무 맛있어 보여 한번 먹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사장님은 샐러드를 주문받자 주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굽는 소리와 맛있는 냄새를 풍기다 나오셨다. 가게에는 외국에서 온 것 같은 식초와 향신료병 같은 것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유리진열대에는 토마토와 자몽등이 쌓여있었고, 플라스틱 통에 샐러드 소스들이 잔뜩 담겨 있었다.
“무슨 소스를 드릴까요?”
“어떤 게 맛있나요?”
“레몬비니거와 이건 조금 매콤한 마요소스인데 같이 드셔보세요. “
나보다 언니처럼 보이는 여자사장님은 항상 소스를 두세 개를 챙겨주셨다. 이거랑도 드셔보세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여기서 사 먹은 새우샐러드는 아주 통통한 붉은 새우 네 마리를 구워 올려주셨는데, 도대체 어떻게 만드신 건지 내가 하면 그 맛이 안 난다. 계절에 맞춰 들어가는 버섯과 과일과 채소들이 바뀌었고, 그게 좋았다.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몇 번 그곳을 이용해 보고 남편도 데려가고,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예약도 했다. 그곳에서 파는 파스타가 궁금했다. 아주 작은 동네 샐러드 가게라고 믿을 수 없는 파스타를 먹고, 사장님은 이브라고 서비스로 샐러드와 티를 주셨다.
작은 가게에는 우리만 있었다. 봉골레 파스타에서는 독특한 향이 났는데, 물어보니 이탈리안파슬리라고 하셨다. 우리는 분명 요리를 공부하신 셰프님이 틀림없다고 속닥거리고 행복한 이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몇 달 후 코첸 미미스는 문을 닫았다. 2월부터인 언제부턴가 가게 문을 간헐적으로 열기 시작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문 앞에 붙여놓은 하얀 종이와 함께 사라졌다.
한 번만 열었다면, 어디로 가시는지 왜 문을 자주 열지 않는지 물어봤을 텐데.
인사를 못 드린 게 아쉽다.
나는 그 뒤로 종종 샐러드를 사 먹게 되었고, 가끔 코첸 미미스를 떠올린다.
예쁜 식기에 고급스러운 포크와 나이프를 내어주시며, 별거 없는 동네 마실 나온 손님들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는 기분을 만들어 주던 곳.
또 하나의 내 보물창고가 없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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