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가요 중에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내용은 대충 이렇다. 가난한 살림에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던 아들이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드니 마지못해 자장면을 시켜주고 본인은 드시지 않는다. 그리고 나오는 가사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린 시절 이 노래를 들었을 땐 와 닿지 않았다. ‘에이 자장면 그까짓 거 얼마나 한다고?’부터 시작해서 ‘먹고 싶은걸 참는다고? 말도 안 돼’까지 온전히 내식대로 해석했다. 어릴 적 삼 남매를 키우셨던 내 어머니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했다. 밥상엔 돈가스 반찬을 올리고 자신은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만 연신 드시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김치찌개를 더 좋아하시나 생각했다.
나의 시아버지는 더했다. 남편 말에 의하면 어렸을 적부터 밥상에 고등어가 올라오면 생선살은 자식들에게 다 나누어 주고 앙상한 뼈만 아버지가 가져가셨다고 했다. “생선뼈를 왜 가져가셔?”라고 물으니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거 씹어 드셔.”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귀로만 들은 걸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순간이 있었다. 작년 여름휴가차 시댁에 갔는데 저녁상에 고등어 구이가 올라왔다. 그러자 듣던 대로 시아버지께서는 살을 접시 한편에 발라놓고 뼈만 가져가시는 게 아닌가? 하얀 쌀밥 위에 고등어 뼈를 올려놓으시고는 앞니로 뚝뚝 자른 후 오물오물 씹어 드셨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 “아버님 살은 안 드세요?”라고 물으니, 시어머니와 남편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원래 빼가지(뼈의 경주씩 방언)를 더 좋아하셔.”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나이가 마흔을 향해가면서 그동안은 몰랐던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는 중이다. 좋은 것은 모두 자식에게 주고 싶은 그 마음을. 자식들이 이제는 장성했으니 “생선 뼈 말고 살을 드세요.”라고 말씀드려도 아직도 뼈를 고집하시는 시아버지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은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 내려놓을 수 있을까? 아니면 ’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모성애(부성애)는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부모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아마 끝까지 모르는 것이 있을지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그들을 있는 그대를 인정하고, 내 곁에 계심에 감사함을 느껴야겠다. 나이가 마흔에 접어들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