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om>에 숨겨진 비밀
지난주 목요일이 어버이날이었다. 내가 수업 중인 돌봄 교실에서는 학생들과 <My Mom> 책을 함께 읽고 효도 쿠폰도 영어로 만들었다.
한글판 제목이 <우리 엄마>인 이 책에는 엄마의 다양한 면모가 나온다. 요리를 잘하고 직장과 집안일을 병행하며 고군분투하는 (juggling) 하는 모습도 나온다. 고양이같이 부드러운 모습일 때도 있지만 사자처럼 으르렁거릴 때도 있다. 실제 엄마의 모습이 그렇듯이.
책에는 식물을 잘 키우는 엄마의 모습도 나온다. 코로나를 겪고 식물 치유의 가치가 급 부상하며 '반려 식물'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우리나라와 달리 이 책의 저자, 앤서니 브라운의 고향 영국에서는 가드닝 Gardening, 즉 정원 가꾸기는 삶의 한 부분이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2천7백만 영국인들이 가드닝을 취미로 한다고 했는데 이는 총인구의 42%를 차지한다. 유튜브에 가드닝 채널만 여럿 되고 왕립 원예 협회가 메달을 수여하는 첼시 플라워 쇼 Chelsea Flower Show도 매년 열린다. 2023년 플라워 쇼에는 찰스 3세 부부가 쇼에 참가하기도 했다.
절반에 가까운 영국인들이 취미로 시간을 쏟는 것이 가드닝이기에 앤서니 브라운도 엄마를 표현하는 하나의 장면으로 기꺼이 정원 가꾸기를 넣었을 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엄마의 손이 바로 초록색인 거다. 아이들은 이 부분을 보고 "줄기를 다듬다가 식물 즙이 손에 묻어서 그렇다.", "좀비라서 그렇다." 등의 대답을 내놨다. 정답은 뭘까? 앤서니 브라운은 손을 일부러 초록으로 칠했다. 왜냐하면 영국에서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에게 "You have green fingers"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참고로 앤서니 브라운이 미국 사람이었다면 손가락 모두가 아니라 엄지손가락만 초록색으로 칠했을 거다. 그 이유는 식물을 잘 키우는 능력을 green fingers가 아니고 green thumb에 비유하기 때문이다.
"너 식물 키우는데 소질이 있다"를 영어로 하면?
영국: You have green fingers.
미국: You have green thumb.
하나 더 덧붙이다면 영국에서는 아이들이 엄마를 부를 때 Mum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책 표지 또한 영국판(My Mum)과 미국판(My Mom)이 다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학생들은 책 속 엄마의 모습에 대체로 공감을 했다. 몇몇 아이들은 이 책에 없는 엄마의 모습, 예를 들면 숙제하라 잔소리하는 엄마의 모습, TV 보는 엄마의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내 수업을 하기 전에 이미 반에서 담임 선생님과 함께 1차로 효도 쿠폰을 만들고, 2차로 돌봄 선생님과 함께 카네이션을 만든 상태라 나와 3차로 효도 쿠폰을 만드는 것에 몇몇은 귀찮은 내색을 했다. 하긴 내 수업 시간에 만들기를 한건 처음이었으니.
그래도 어버이날이 아니면 초등학생이 언제 곱씹어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려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이날이 아니면 집안일 좀 도와라 사정하는 나 같은 부모들에게도 효도 쿠폰은 쓸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