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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별 Nov 03. 2020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느낄 때

 내가 축구 에세이를 읽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몸 쓰는 일은 매번 달갑지 않게 생각했고, 스포츠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는 것조차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8년 전 프로야구 개막 시즌 때다. SNS에 야구장 데이트 사진이 물밀듯이 올라왔는데, ‘저게 진짜 재밌을까?’ 싶어 치킨과 맥주를 사 들고 잠실야구장에 간 적이 있었다. 남자 친구는 옆에서 목청 높여 게임의 룰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영 와 닿지가 않았다. 결국 닭다리만 열심히 뜯다가 나왔다. 참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한일월드컵은 예외로 하자. 그건 축구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특정 축구 선수에 열광하여 게임의 룰도 모르고 페널티킥이 어쩌니 마니를 입에 올렸으니. 이런 내가 김혼비 작가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으면서 다음 페이지가 너무 궁금해서 뒷장을 미리 넘겨보기도 하고, 읽다 웃음이 나서 피식거렸으며, 넋을 놓고 빠져들기도 했다. 축구에 대한 나의 낡은 관념을 바꿔 버린 것은 물론이고.      


 저자의 말대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도 처음부터 운동을 멀리하진 않았던 것 같다. 반 대항 피구 시합 때는 공이 내 쪽으로 오면 어떻게든 잡아서 한 명이라도 맞추려고 눈에 불을 켰다. 뜀틀을 할 때는 의욕이 너무 앞선 바람에 팔 부상을 입어 한동안 깁스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급학년으로 갈수록 체육시간은 밖에서 뛰기보다는 교실에 앉아 자율학습을 하는 시간으로 사용되기 일쑤였고, 그렇게 나도 체육과는 점점 거리를 두며 자랐다. 교실 창밖으로 땀이 흠뻑 젖은 채로 공을 차고 노는 남학생들과 대조적으로 말이다.   

   

 ‘나도 처음부터 운동을 싫어하진 않았다.’는 결론의 끝에는 나는 어려서부터 그저 운동을 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결국 스포츠, 특히 축구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사회적 통념으로 인한 일종의 길들여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을 여자 축구팀 내 신입 회원의 고군분투기쯤으로 생각했던 나는 마지막 장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비로소 그녀가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작가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축구에 인식의 경계를 흐리는데 일조했으니, 독자로 하여금 또 다른 편견에 맞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도를 하였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부담이 되는 일일 수 있으나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적인 삶을 있는 그대로 그린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세상에 변화를 꿈꾸고 바라는 여성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었듯이. 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지 않음을 느꼈을 때 상대방에게 말로 표현하고 글로 남겨보는 것 하나가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점이 모여 선을 만들듯이, 나의 말과 글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하나의 움직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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