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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별 Dec 08. 2020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신영복의 <담론>을 읽고

 내년이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은 ‘영어 학원’ 보내랴, ‘한글 학습지’ 시키랴 난리다. 그 바쁜 와중에 수영 강습도 시킨다. 중학교 수행평가에 수영이 들어 있는데 몇 달 만에 마스터하지 못하니 미리부터 준비시켜야 된다는 이유에서다. 인구의 80%는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시대에서 ‘문제집 풀이’와 ‘수행평가’가 중요한 것은 아닐 텐데 왜 그렇게 학습에 열을 올리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나 역시 제대로 된 ‘교육관’을 세운 엄마는 아니었기에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그 무렵 신영복의 <담론>을 읽었다. “공부란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한 공부입니다. 자연, 사회, 역사를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공부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입니다.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이 공부입니다.”(18쪽) 공부에 대한 참 의미를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그의 문장은 명쾌한 해답이 되었다. 공부란 ‘책상에 앉아서 교과서 펴고 문제 푸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계가 바로 나의 삶이고, 나를 제대로 알고, 세계를 제대로 깨닫기 위해 자연과 사회와 역사를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남들 다 하니까 공부해야지.”라고 대답하지 않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책에서 내 마음에 와 닿은 문장이 하나 더 있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이 두 가지 능력, 즉 문사철의 추상력과 시서화의 상상력을 유연하게 구사하고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53쪽) ‘책 육아’라는 말이 있다. 육아의 하위 구성요소 중 하나가 ‘책 읽어주기’인 듯하다 만 큼 어릴 때부터 ‘책’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왜?’ 책을 읽히는가에 대한 물음은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책 육아 카페에서 자신이 읽은 책의 누적 권수를 경쟁하듯 올리는 게시 글 만 있을 뿐이다. 


 나 역시 가능한 한 많고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히기 위해 인터넷 검색에 공을 들이고, 더 값싼 가격에 책을 구입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아이가 읽은 책의 권수가 아이의 머릿속에 쌓인 지식의 양과 비례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담론>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이 협소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이가 책을 통해 자신이 처한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복잡한 상황을 요약하고 나에게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으면 좋겠다. 또한, 자기가 겪는 문제를 사소한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 속에 담겨 있는 그 이면의 의미를 읽어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는 이러한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고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이건 비단 아이의 교육관뿐만 나의 책 읽기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나 자신을 발견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내가 책을 읽는 목적이 결국에는 내 앞의 문제를 파악하고, 세상의 문제의 이면을 파악하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현실이 애 둘 딸린 엄마이다 보니 <담론>은 나와 아이를 위주로 해석하는 데도 바빴던 것 같다. 다음번에 이 책을 펼칠 땐 또 어떤 의미로 나에게 다가올까?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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