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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별 Dec 18. 2020

이게 육아서라니

책으로 마주한 가해자와 피해자

 도서관 글쓰기 강의를 들으면서 깨달은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나는 이제껏 책을 정말 안 읽었다. 둘째, 그동안 지나치게 편독을 했다. 일 년에 책을 읽은 게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마저도 죄다 육아서 혹은 자기 계발서였다.

책을 읽는 목적은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이었다. 나는 밤마다 우는 애를 달래고자,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떼를 쓰는 애를 달래고자 육아서를 들었다. 책에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부터 실질적인 대안까지 무궁무진했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책을 읽고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 블로그에 필사를 하기도 했다. 내가 읽은 육아책은 늘 원인과 결과가 명확했고, 실현 가능한 해결 방법이 나열되어 있었다. 


 육아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였는지, 도서관 강의의 지정도서 탓이었는지 몇 달간 육아서를 멀리했다. 그런데 지난주 다시 육아서를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두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을 하지 못한 지 꼬박 한 달째가 되던 날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책을 들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말이다. 


 이 책은 엄격히 말해 육아서는 아니다. 그러나 작가 은유는 <다가오는 말들>에서 이 책이 자신의 육아에 도움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입시 전문가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언급한 적이 있던 터라 '대체 어떤 책이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의 앞 날개에는 저자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다. '1999년 13명의 사망자와 24명의 부상자를 낸 콜럼바인 총격 사건의 가해자 두 명 중 한 명인 딜런 클리 볼드의 엄마.' 그렇다. 이 책은 가해자 엄마의 자전적 에세이였다. 


 책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가해자 프레임'이 발동했는데, 이 책 어디에도 내 편견에 부합하는 모진 엄마의 모습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저자는 딜런을 출산하고 나서 참사를 일으키기 전날까지도 무한한 애정으로 보살피려 노력했다. 그렇다고 딜런에게 아예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3학년에 들어서면서 작지 않은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자는 걱정을 하면서도 '또래 아이들에게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치부한다. 실제로 말썽을 부리는가 싶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그녀의 착각이라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바로 참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내 아들은 대체 왜 그런 끔찍한 일을 했을까?'라는 질문에 시간을 역 추적하여 쓴 그녀의 글에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우울증의 증상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육아서에 기대했던 명료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은 무척이나 모호하며 심지어 불쾌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부모는 자기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기가 낳아 기른 아기라도 전혀 모르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다. 안됐지만 누가 사이코패스 거짓말쟁이인지 부모도 나만큼이나 오리무중이다." (350쪽) 


 이 책을 읽으며 이분법적 논리를 생각해 봤다. 가해자와 피해자, 희생자와 생존자 등으로 구분 짓는 게 과연 합당한가 하면서 말이다. 신문에 나온 학교폭력에 대한 기사를 쓱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이유는 '나랑 관련 없음'이라는 생각 때문 아니었을까? 학교폭력이 내 아이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확 들면서 신문을 덮을 수가 없을 것이다. 같은 논리에서 <김지은입니다>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곳에서 수직적인 관계가 고착되어 상황이라면 '위력' 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책으로 세상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구분 지으려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가해자의 엄마와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해법은 공감과 연대다. 기사로 접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음을 생각하며 피해자의 불행과 고통에 대해 공감을 넓힌다. 그리고 개선을 촉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연대한다면 세상은 좀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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